“으아아아아아악~ 너 뭐야?” 똥을 싸고, 변기 물을 내리려던 때였어요. 갑자기 물 속에 잠겨있던 똥이 말을 걸어왔죠.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요.
"제발!! 물을 내리지 마! 잠시만 나와 대화 좀....” 하지만 나는 변기 손잡이를 눌러버렸죠. 너무 무서웠거든요. “나 너에게 할 말이...... (꼬르륵)”
그렇게 똥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자꾸만 궁금증이 생겼어요. ‘내가 아까 본 똥은 뭐였을까?’ ‘정말 똥이 나한테 말을 건 게 맞나?’ ‘내가 몸이 안 좋은가? 헛것이 보인 건가?’
다음 날, 화장실 가기가 두려웠어요. 배가 아팠지만, 방귀를 뀌며 버텼죠. 그러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배가 아파서, 나는 결국 또 변기에 앉았어요.
“제.......발...... 오늘은 내 말 좀 들어줘.” 항문을 통과하면서, 똥이 또 말을 합니다. “으아아아아아악! 너 뭐야? 왜 내 똥구멍에서 말을 하는 거야?” “너한테 꼭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아악!! 싫어! 싫다고!!!” “다 너를 위한 일이야. 물론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
나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말하는 똥이라니, 솔직히 너무 신기했죠. “뭔데?” “들어주는 거야?” 똥이 기뻐합니다. 똥에게는 얼굴이 없지만, 기뻐하는 게 느껴졌어요. 나의 호기심은 점점 더 커졌어요. “그래. 말해봐.”
“알다시피, 나는 네 몸에서 나왔어. 매일매일 네 몸 속에서 내가 조금씩 생기지.” “그런데?” “내가 뭘로 만들어지는지 아니?” “내가 먹는..... 음식?”
“맞아! 한때 나는 굉장히 건강했었지. 네 몸 밖을 나올 때면, 마치 워터 슬라이드를 타는 것처럼 재미나고, 신이 났었어.” 똥이 아련하다는 듯 말합니다. 나도 같이 아련해집니다. 그때가 언제인지 알 것 같습니다. 똥을 쌀 때마다 굉장히 시원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언젠가부터 네가 먹는 음식들이, 나를 약하게 만들어. 네가 음식을 먹으면, 좋은 것들은 네 몸에 남기고, 나쁜 것들은 내가 싹 긁어모아서 나오는데, 너는 요즘 더 이상 좋은 것들을 먹지 않아.”
소시지,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과자, 비스킷, 라면, 캔디, 초콜릿...... 요즘 내가 자주 먹던 것들이었죠.
“그러니 내 꼴을 봐. 나는 굉장히 초라해졌어. 어떤 날은 이미 다 죽은 채로 나오기도 하지. 죽은 나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날카로운 무기가 돼버려. 그래서 빠져나올 때면 너의 항문을 다치게 하지.” 항문에서 피가 뚝뚝 났던 며칠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나한테 바라는 게 뭐야? 똥 주제에 나한테 말을 건 이유가 있을 거잖아.” “내가 다시 네 몸에 좋은 것들만 남기고, 나쁜 것들은 가지고 나올 수 있게 해줘. 요즘 네 몸 안은 음식들 때문에 난리가 났다구.” “뭐? 무슨 난리가 났는데?” “근육 경찰들은 점점 쓰러지거나 병들어 적어지고, 지방 깡패들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어.” “뭐? 나 지금 뚱뚱해지고 있는 거야?” 똥이 살짝 끄덕했어요.
“입안에서 이로 충분히 음식을 씹어줘. 채소도 좀 먹어주고. 물도 좀 마셔. 계속 콜라만 마시면, 나는 네 안에서 이미 죽어버려. 나올 힘이 거의 없다구..” “그거면 되니?” “인스턴트 음식도 좀 줄여줘. 지방 깡패들이 나한테 아무 말 하지 말라고 협박했지만, 나는 말할 수밖에 없었어. 더 이상 너한테 무기처럼 굴고싶지 않았거든. 그러니 부디 내 부탁을 들어줘.” “좋아. 노력해볼게. 이제 물 내려도 되지?” “그래... 우리 다음번에 볼 때는 좀더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안녕..”
나는 천천히 물을 내렸어요. 똥은 기운 없이 사라졌죠. 하지만 똥의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그래서 물을 천천히 마셨어요.
맛 없는 채소도 씹어보았죠. 채소는 희한하게도 씹을수록 맛이 좋아졌어요.
‘똥아!! 나 노력하고 있어. 그러니 다시 건강해지렴.’ 조만간 워터 슬라이드 타는 느낌으로 즐겁게 내려올 똥을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