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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이사도씨 Aug 30. 2024

막말하는 리더들

타인의 성장 VS 자기 과시


"경차를 타고 다니고, 월세 살고..!

그렇게 없이 사는 걸 티 내는 이유가 뭐죠?

어느 누가 이런 없어 보이는 강사한테 강의를 듣고 싶겠어요?"



당황스러웠다.

'없어 보이는....?'

마음에 팍 꽂히는..... 아니 찌르는 표현..!

말이 칼처럼 쓰일 수 있다더니,

이런 거구나.. 싶었다.



아~ 나 없어 보이는 건가?

이 많은 강사님들 앞에서,

'없어 보이는 강사'라는 피드백을 듣는 게,

수치스러웠다.

애써 표정을 눌러 잡아, 침착해 보이려 애썼지만,

아마 얼굴색은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벌게진 얼굴로 간신히 소리를 내었다.



"이 강의 들으시는 분들이, 자활 분들이라...

거리감을 좀 없애고 싶었어요."


"자기들이 아무리 힘들게 살아도, 나를 교육하는 강사까지 없어 보이는 걸 원할까요?

그리고 강사님은 강사님 얘기를 왜 이렇게 많이 해요?

아무도 강사님한테 관심 없어요."



강의 내용과 연관 지어, 사례로 말한 내 경험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은 TMI 취급..!



"저는 제 이야기하는 거 좋은데요. 교육생분들도 좋아했어요."


"그렇게 자기 이야기가 하고 싶으면 유명 강사가 돼서나 하세요. 그때는 강사님이 자기 얘기 안 해도 사람들이 궁금해할 거니까."


"...... 네!!! 제 얘기하기 위해서라도,

꼭 유명해질게요!!!"


짐짓 유머러스한 척, 밝은 척 했지만,

마음은 상처투성이였다.



그 뒤로 한참을 생각했다.

이날 대표가 나에게 했던 피드백은,

나의 성장을 위한 것이었을까?

자기 과시를 위한 것이었을까?

어쨌거나 나에 대한 '존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발언이었다.

대표에게 가지고 있던 '존경'심이 사라지게 만든 발언이기도 했다.



나는 엔프피답지 않게 거의 한 달 가까이를 앓았던 것 같다.

그러다...


'아니, 자기가 그렇게 잘나고 강의를 잘했으면,

자기도 지금쯤 엄청 잘 나가는 강사에,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큼 유명 해졌겠지!

근데 지금 그래?? 아니잖아!

그리고 자기 생각이 다 옳아? 다 맞냐고!

다 옳고 다 맞는데, 왜 최대치가 지금 모습이야?

진짜 어.이.없.네!'



더불어 우리 모두의 강의를 다 들어본,

사람의 피드백도 내게 용기를 주었다.

"정선아. 나는 그 대표 강의도, 네 강의도 다 봤잖아?

나는 네 강의가 좋아! 통통 튀고, 밝고..

에너지 넘치고..! 그걸 왜 버려? 그 대표가 뭐라고...  

네 색깔을 버리지 마. 나는 네 색깔을 살렸으면 좋겠어.

그걸 기본 베이스로 해서,

거기서 더 성장하려고 노력해야,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하는 네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감동이었다.

단순히 내용이 칭찬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나에게 와닿는 피드백을 해줬기 때문이다.

그렇게 와닿는 피드백을 해주는 리더들에게는 존경심이 절로 생길 수밖에 없다.



"강사님! 강의에 쓸 수 있는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은데요?! 시스템화시켜서 강의에서 쓸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대학원 다닐 때에도 그냥 학위 욕심만 부리기보다는, 강사 이미지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내 경우를 보면~"


"목소리가 듣기 편안하고, 딕션이 좋은데요?

근데 말 속도가 조금 빠를 때도 있으니,

조금 늦추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

.


와닿는 피드백들..

강점을 살려주면서,

아쉬운 걸 보완하게 하는...

그러니 내가 듣지 않으래야, 들을 수밖에 없는 피드백들.



남을 깔보며 함부로 말하기란 쉽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말을 들은 사람은 감정이 상해버리기 십상이고,

말을 한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



강사가 된 후로,

자꾸 주변을 둘러본다.

그들에게서 좋은 점도, 좋지 않은 점도 배운다.

책에만 지혜와 지식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마음 먹고 둘러보니,

공부할 거리가 천지더라.



얼마 전,

"강사님! 목소리가 싼 티나요!"라는 피드백을 들었다며,

속상해하는 동료 강사 이야기를 들으며,

분개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평가를, 피드백으로 내세우다니...!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피드백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나는..

상대를 위하는 마음으로 "먹히는" 피드백을 하는가?

상대를 깔보는 마음으로 "씹히는" 피드백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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