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서 보내온 먹거리 보자기 더비가 반갑다!
아프다는 소식에 병문안을 대신한 선물보따리를 연 이틀 동안 받는다.
고향 시골집 동생들이 각 마련한 두 개의 선물 상자에 보자기로 싸서 보냈다.
고향을 떠나 오랜 객지생활에 잊었던 입맛을 돌리는 것들임에 틀림없으리라.
아마 잃었던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하는 음식들 일 게 분명하다.
바닷가 냄새가 보자기에서부터 풍겨 나온다.
첫날 그 하나는 시골의 짠 내 나는 절임 류들이다.
둘째 날 다른 하나는 바다 냄새나는 반 건조 생선 류들이다.
급한 마음에 멀길 올라온 상자 안, 콩콩 싸인 보자기를 풀려고 끙끙댔다.
대뜸 가위를 들었다가 내려놓길 서 너 번.
“여기까지 먼 길 달려온 선물 싼 보자기한테 이러면 안 되지” 하곤.
한쪽 매듭은 못 푼 채로 보자기 안의 것들이 삐어져 나온다.
겨우 보자기를 풀어 하나씩 안을 들여 다 본다.
가장 반가운 동해의 비릿한 짠 내음이 그득하다.
이젠 시골 바닷가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해초 류인 ‘지누아리’가 간장에 절여져 먹음직스럽다.
거기에 된장에 절여진 깻잎, 마늘 절임 등 십여 가지나 되는 반찬류가 얼굴을 내민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기억하는 맛들로 세로세록 지난날 기억이 피여 난다.
다른 한편엔 갓 볶인 참기름, 들기름 덤으로 깨소금까지 도 풍성하게 담겨있다
잘 익은 집 된장, 작년에 담갔다는 고추장도, 잘 빻아진 검붉은 고춧가루도,
켜켜이 쌓인 통 안의 것들이 고소하고 매콤하고 달큼한 냄새로 온 방안에 뒤엉켜 쏟아진다.
둘째 날 다른 하나는 바다 냄새나는 반 건조 생선 류들이다.
말린 가자미, 가장 좋아하던 바짝 말린 임연수어, 삶아 데친 제법 큰 문어, 갓 삶은 듯한 한가득 소라.
거기에 명란 젓갈과 창난 젓갈까지 풍요롭다.
어찌,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넣어 담았을까!
넣자는 대로 품어 준 선물 보자기의 넉넉한 풍요로움.
그 오지랖은 어디서 나왔을까!
저린 다리에 기울어지는 걸음걸이로 수도가로 달려가 본다.
건너편에 한 견에 버리려던 두었던 보자기를 다시 펼쳤다.
어디에 쓸 건지 모르면서.
비릿한 생선냄새에 젖은 보자기들을 빨아 널었다.
배부른 만월의 달빛 아래서 빛바랜 붉은 보자기가 바람을 타고 흔들린다.
빨랫줄에서 네 귀퉁이를 반듯하게 잡아당겨도 비뚜름하게 널려 흔들린다.
여전히 세월이 가면 이런 일이야 저절로 되는 일이 있는 줄 알았지만,
삐뚤어진 마음처럼 무엇 하나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네.
그래도 오늘따라 보름달마저 도 환하게 나를 비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