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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잃어버린 소녀를 찾는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왜 이리도 슬픈 걸까?'

by 이림

멀리 아스팔트 포장길을 돌아 계단을 지나 가까이 다가오는 낮은 여음.


긴 복도 끝에서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리면,

늘 당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곧장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당신은 오른발소리와 왼발 소리가 달랐다.

어린 날의 상처가 준 한쪽 다리가 짧아 내는 소리였다.

나는 종종, 계단을 한 번에 두 발씩 내려가는 당신의 버릇을 흉내 내 본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왜 이리도 슬픈 걸까?'

그 나이에 다가온 사춘기를 바라보게 한 소녀, 바로 당신 때문이다.

소년은 청년으로 가는 길목에서 소녀를 한참 불안하곤 가볍게 어디론 가 훌쩍 떠나곤 헸다.

다시 돌아온 길에도 소녀는 몇 번이고 아무 말없이 받아줬고,

그저 빙긋 웃기만 했다.


이제 누구에게 도 마음을 열지 못하게 된 중년을 한참 지난 늙은 소년.

버스에 앉아 지나가는 소년을 보는 순간에 깜짝 놀란다,

잠시 머문 버스 창밖으로 비친 우산을 받쳐든 채로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는 젊은 소년을 넌지시 바라본다.

그와 함께 겹치는 소녀가 소년과 같이 서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옆자리에.


그 순간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겹치면 다시 버스 창 밖, 소년을 유심히 바라본다.

지난 소년시절의 자신과 우산 든 소년의 눈이 마주치며 서로를 읽는다

아! '그 시절을 생각하면 아직도 왜 이리도 슬픈 걸까?'


소년시절의 자신을 다시 본다

이제 내 몸에서 나온 이기심 가득한 소년도 이젠 나와 멀어지려고 한다

아마 뾰족한 지붕은 멀쩡한데, 반듯해 보이는 지붕에서 비가 새기 때문이다.

내리는 빗물을 흘려내려 보내지 못하는 그런 비겁함에 대해서 오래오래 생각해 본다.

누구나 청춘의 한구석에는 이런 순수한 열망이 넘치던 시절이 아닐까!

시간이 지나 다시 본 소년과 소녀를 바라본다.

그래! 부디 잘 살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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