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사랑해야, 당신도 너를 사랑할 수 있죠.
공원정원 그늘진 벤치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는 중절모를 깊게 쓴 낯선 중년,
가까이에서 바라본 당신은 노년에 더 가까워 보이네요.
그 옆에 그보다 10년쯤 젊어 보이는 중년 여인이 말없이 앉아 있네요.
건너편 벤치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되뇌죠.
“당신은 자주 돌아본다
그리고 가끔 지독히 후회한다
그때 그 시절이 최고의 황금시절이었을지도 모르는데 ……
그런 일마저도 후회의 날들이다.
더 열심히 그 순간을 부끄럼 없이 사랑할 것을.
놓쳐버려 이미 버려진 시절이네.
모든 시절, 그 순간들이 다 꽃이 피는 꽃 봉오리인 것으로 착각하다나,
당신 정성에 내 마음대로 피어날 꽃봉오리인 걸로!
지나친 인연은 이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알게 되다니.
더 슬픈 건 내겐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참으로 시절은 쉬이 지나친다는 걸.”
확인할 수도 없는 사랑의 씨앗은 멀리서 바람을 타고 풍문으로 여기저기 날아와
공원 벤치 사이를 떠돌다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내게도 들려오죠.
당신 역시도 사람이 그립고, 사랑도 그립다는 거죠.
누군가 그 시절,
“우리 같이 잘래요?”라고 속삭였는데.
아마 육체적 사랑을 나누자는 유혹이라기보다 홀로 무서울 만큼 외로운 밤을 함께 보내며 위로받고 싶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되다니.
그 말이 외로움이 불러주는 사랑의 멜로디라는 걸 이제야 알죠.
바로 지금이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네요.
누구든 시작은 솔직한 마음부터 사랑이 시작된다는 걸.
이제까지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몰두했던 당신,
언제부터인가 눈을 뜨고 보니 빈 둥지 속에 홀로 남겨진 당신,
더 이상 가진 것도 지킬 낼 것도 없어진 당신,
애쓸 만큼 애썼고 싸울 만큼 싸워서 몸은 지치고 한없이 가벼워진 당신,
이제는 경계의 눈을 거두고 당신 자신만을 바라볼 때이죠.
촉촉한 눈길로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내 주변을 멀리 바라보세요.
차가운 매의 눈 대신 따뜻한 눈길이라야만,
눈길도 마주칠 수 있고 말도 섞어야 마음도 통할 수 있는 지금이죠.
그 안에서 당신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먼저가 되죠.
사랑이 진짜 사랑이 되고, 설사 로맨스가 된다고 한들 어떻나요?
그래야 "네가 당신을 사랑하듯, 당신도 너를 사랑할 수 있죠".
어느 시절 어느 시기에도 어떤 사랑이라도 그 자체로 위대한 것은 분명하죠.
그것이 사랑의 진실을 말해준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