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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건,
사랑이란 이름에 '한 줌의 소회'겠죠

여전히 사랑은 슬픔이자 우연한 비극이 아닌가요!

by 이림

왜? 이제야 꽃은 피었다가 지는가를 알게 됐고,

간절한 사랑은 왜 빨리 자라서 그리 쉽게 품을 떠나는가를 알게 되었네요.

누구나 사는 동안 사랑하고 이별하는 쓰라림을 몇 번이나 겪지요.

당신이라는 이름의 연인과 헤어진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각자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서 살아가고 있겠지요.


한차례의 긴 비를 뿌리고 끝 여름을 건너서 가을의 초입으로 가는군요.

그러고 보니 가슴은 이미 가을날 붉은 단풍과 닮아 가네요.

곧 가로수 마른 가지 끝에 매달린 붉은 잎들로 물들겠지요.

한나절을 바쁘게 보내고 다시 마음을 보니 어느새 단풍색은 사라지고 청록색만이 남는다.

공연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늦은 저녁, 저무는 거리의 모퉁이에서 창마다 불이 켜진 누군가의 집을 바라보며 날카로운 슬픔에 심장이 찔리는 듯 기분이 들 때이면,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회한의 아픔으로 혹이나 당신의 그림자가 인가”하지요.

결국 한걸음에 달려가 2층 당신의 그림자가 비치는 창을 바라보곤 하지요.

그날, 돌아서는 당신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은 남겨진 내가 홀로 뱉은 말이겠지요.

“이런 이별이 진짜야?

아니지, 거짓말이라면 좋으련만……!”

이제야 왜 간직하고 싶은 꽃은 피었다가 곧 지는가를 알게 됐고,

간절한 사랑은 왜 빨리 자라서 그리 쉽게 품을 떠나는가를 알게 됐네요.


끝 여름날의 바닷가 모래를 넘어지며 달리던 사랑의 기억이든,

노을이 지는 벤치에서 진한 입맞춤의 기억이든

가을날 나뭇가지에 매달리는 붉고 고운 단풍이든,

누군가에게 물든 열병 같은 사랑이든.

어느 틈에 흩어지고 지워지는 것을 우리는 막을 수 없죠.

그동안의 숱한 추억만을 남긴 사랑은 한 줌의 ‘소화’겠죠.


누구나 살면서 사랑은 저 바다 너머로 사라지는 존재인 것을 깨닫게 되죠.

이 나이에 오는 사랑은 멀찍이 서서 건너지도 못하고, 돼 돌이키지 도 못하고 한숨에 내뱉은 기침 속 해소처럼 끊어지는 ‘사랑이란 이름을 빌어 쓴 로맨스’가 되죠.
이런 사랑은 이미 져서 질 수도 없는 이별이 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던가?

당신은 나를 사랑했던가! “

사랑은 슬픔이자 우연한 비극이 아닌가요!”

아직도 당신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창문 너머 비치는 당신을 바라보는 내 심사를 이해하지 못하겠지요.

한나절을 바쁘게 보내고 다시 가을에 물든 몸과 손끝을 보니 어느새 여름색은 사라지고 없네요.

공연히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어떤 이별은 이 계절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겠죠.

가을날 나뭇가지에 매달리는 붉고 고운 단풍이든,

누군가에게 물든 기억이든, 언젠가 지워지고 흩어지는 걸 막을 수 없겠죠.

고뇌의 시간이 남긴 것은 사랑이란 이름의 한 줌의 소회”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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