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란 아이는 참 똑똑해서 빤한 곳엔 쉽게 머물지 않는다!
거친 향수, 기억은 거니는 ‘느린 여행’이 된다.
“‘낭만’이란 아이는 참 똑똑해서 빤한 곳엔 쉽게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가보지 못한 새로운 장소를 갈망하죠.
아직 향으로 담아내지 않은 보석 같은 장소들이 남아있긴 하죠.
오랜만에 고향으로 향한다!
“항상 잊혀 질까 두려워 가야지!”라고 했던, 그곳이 이젠 그립다.
사람은 누구나 익숙함에서 편안한 안온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지난 추억의 시기라면,
그 시간, 그곳에서 함께 가버린 지난 기억마저 도 곧 익숙함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 시절에 함께한 만난 사람과의 교감과 경험은 잊힌 장소의 정취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아마 그걸 ‘회상’이라고 부르죠
기억에 추억을 더해 환상으로 만들고 높여버리죠.
추억의 공간은 잊었던 경험과 다시 만날 때 감성을 일어나는 일종의 화학작용 같은 것이죠.
기억이란 고향을 거니는 여행은 향수를 부르는 ‘느린 여행’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니 화사하고 분명한 기억의 빛이 떠오른다.
아마도 어릴 때 살던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집의 동네 아낙네들로 둘러앉아도 시끌벅적이던 긴 마루이다.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히면 뒷산마루 위로 드러나는 담담하고 갓 맑아진 하늘빛도 보인다.
갓 빨아낸 솜이불같이 포근하고 때로는 따스하다.
때로는 마루에서 올려본 구름은 백옥같이 갓 맑은 살결의 감촉 같고 우아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젠 왠지 멀게만 보인다.
그런 가슴 아픈 어린 시절 기억마저 도 새로운 그리움, 그 감정은 바로 향수가 되죠.
기억에만 있었던 그 시절의 즐거운 추억을 주는 ‘소소한 낭만 한 조각’을 만난다.
몰래 혼자서 왔다가 흔적만 남기고 가는 기억 속으로,
“훗” 하고서 그 시절의 치기 어린 추억마저도 소환하게 한다
연모했던 첫사랑의 깊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내 유년을 거슬러 청년 애끊는 시절의 모든 추억은 이곳에 있다.
동해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시골도시에서의 기억들이다.
기억너머에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것은 집에서 제법 걸어가면 나오는 바다와 맞붙어버린 넓고 긴 '호수가'에 있다.
집 주변의 야산에서 이것저것을 하고 놀다가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가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인 논두렁을 따라 보이는 곳엔 주변은 갈대로 뒤 덮인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어린 시절엔 짙은 회색과 중앙부로 나아가면 푸르고 넓어서 나는 그것이 바다인 줄로만 알았다.
시간이 지나서야, 바람이 불면 물결이 심하게 일렁거렸고 파도가 치면 갈대소리에 어르신들은 “갈대가 슬피 운다”라고 했다.
“물 위로 떠오르는 작은 배,
호수 주변을 넓고 길게 뻗은 갈대숲이 내는 기이한 소리,
호수가 언덕 위에 오래된 정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밤하늘과 어우러지는 달무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해바다 곁에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호수 중앙의 정원’이 바다의 향수마저 만들었다.
고향에 대한 기억의 향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깊숙이 있는 것들을 바꾸어 버린다.
사람의 기억과 그때 느끼던 감정들이 믹스커피처럼 하나로 그 향기가 된다.
어떤 추억은 들이마시는 순간 잊고 지내던 기억까지 끄집어낸다.
누군가의 향기를 맡고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영화에서 ‘클리셰’처럼 자리 잡는다.
거친 그 시절 향수, 오늘은 기억은 거니는 ‘느린 여행’이 된다.
다시 돌아오는 시간은 항상 아쉬움의 연속이다.
고향을 등지고 돌아오는 시간 동안 생각한다.
고향을 향한 향수는 ‘향수(鄕愁)’인 셈이다.
이제 이 가을날을 지나고 겨울바다마저 도 훌쩍 떠나겠지만,
지난 기억을 거슬러 올라 거니는 여행은 ‘느린 여행’이 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거친 향수, 희미한 기억을 거니는 ‘느린 여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