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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한구석에 남은 여름날 사랑, 이런 빛깔로 남을까

여름날의 첫사랑은 오래 그곳에 남아 있길 바라지만!

by 이림

어느 여름날에 불쑥 찾아온 첫사랑입니다.

지나고 나니 빗나간 여름날의 꿈같던 로맨스가 아니었던가!

처음으로 헤어짐에 몇 날을 밤새워 번민했던가?


여름 바닷길을 건너는 기쁨이자 슬픈 빛을 띠는 여름은 누구에게나 청춘의 한구석에는 이런 황홀한 색깔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긴 하지만, 그래도 청춘의 시절이 가장 빛나던 여름 날일 게 분명합니다.

청춘의 여름날의 생경스러워 잃어버리지 못한 로맨스입니다.

잃어버린다 해도 결국 찾아내 간직해야 할 추억일 겁니다.

로맨스란 이름이 첫사랑으로 바뀐 건 아마, 동해 바닷가 외딴 구석 모래사장에서 손잡고 거닐던 멋진 추억이었기 때문입니다.

청춘의 화려한 여름이 사랑으로 바뀌는 '몇 가지가 신호'가 있습니다.

갑자기 다가오는 감정에 홀로 바닷가 모래에 앉아도 아련히 떠오르는 모습,

밤늦도록 거리를 쏘다니다가 올려다본 소나무가 어둠에도 지지 않고 여전히 푸르렀던 기억,

그 나무 아래로 불어오는 밤바람의 향긋한 내음,

한밤에도 불빛에 비친 싱그러운 푸른 가로수에 가득 찬 눈물 떨구던 감성 한 조각.
누구에게나 청춘의 한구석에는 이런 한 무지개 같기도,

때론 신기루 같기도 한 여름의 빛깔이 있지 않았을까!


이제 황혼이 비치는 다른 여름이 찾아왔다가 지나갑니다.
누군가에겐 청춘의 본격적인 여름은 이제 시작이고,

누구에게나 서너 번은 화려한 치장에 거친 주름진 얼굴에도 여름은 다가옵니다.

화장한 모습을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여름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그리곤 추억이란 이름을 남기고 신기루처럼 사라지곤 합니다.


당신이 마지막을 암시하며 건넨 그 말속엔, 어쩌면 사랑은 냉담한 누군가와 열렬히 사랑한 누군가의 평행선을 달리는 헛된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렇게 상상하며 기억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때론 이별이 성공을 위해 없던 재능도 펼치게 하는 고된 해외유학을 떠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까지 숱한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남긴 것은, 결국 “사랑을 바라보는 한 줌의 소회”입니다.

그게 한 여름의 첫사랑이든,

가을날 나뭇가지에 매달리는 붉고 고운 단풍 같은 사랑이든,

누군가에게 노랗게 물든 기억만 남은 사랑이든.

어느 틈에 흩어지고 지워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방식의 이별이든 여름날의 사랑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느 여름날에 불쑥 찾아온 로맨스,

이제 내 사랑은 마른 가지 끝에 매달린 붉게 타버린 마지막 잎새를 닮아 갑니다.

기침에 목 울대도 넘지 못하고 뺏아낸 목마르게 내려앉는 첫사랑보다는 로맨스로 기억됩니다
이젠 여름날의 생경스럽던 첫사랑으로 기억될 뿐!


내 남은 빛나던 여름은 짧고 그 기억마저 도 잊힙니다.

잊히고 넘어지지 않는 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잊히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또다시 반복 같은 여름이 찾아오고, 다른 가을이 푸른 잎사귀를 품은 꽃들과 찾아옵니다.

지금 오는 그대는 사랑의 이름을 빌린 로맨스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 나이에 오는 사랑은 다 져서 오는 사랑이자 이별이 분명합니다.
그래도 다른 여름으로 가는 길에 늙어버린 감수성을 다시금 꺼내 들고 선, 맞이하려 가볼까 합니다!


그런 기억은 세상이 낯설어지는 이상한 찰나로 변해 빠져들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이제야 알 것 같다는 사랑 속에는 그때는 알아채지 못했다는 맥락이 포함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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