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함에도 마음이 가난해지지 않는 유일한 건 아마도 ‘그리움’ 일 걸!
하루를 덮고 나니,
저 먼치에서 밀려온 '그리움'이 있다.
“소유함으로써 마음이 가난해지지 않는 것 중 유일한 것은 아마도 ‘그리움’”인 듯.
“‘그리움’은 어떤 것이 거기에 있지 않음”이라고.
창밖의 황혼에 지는 하루를 바라보며 문득,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은 순간으로 기억될 뿐이고,
누군가와 함께 한 기억의 양이 그리움의 양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양이란 무게만큼 진한 기억들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누군가는 밤으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아침으로 기억해서 새벽부터 소란해지는 하루의 일상을 떠올린다.
그녀를 잃고 난 후에야 함께한 순간들을 마치 스냅사진처럼 기억된다.
그리움은 일상 속 반복의 장면들이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에 맺힌 환한 미소,
그녀의 작은 웃음소리,
그녀의 수줍은 듯 먹는 모습,
그녀의 곁에 있으면 스미는 장미내음의 향기,
그녀의 부드러운 촉감들,
그럼에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줄 알았던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투박한 음식솜씨에도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일,
매콤한 무침을 좋아하는 사람과 심심한 오일 파스타를 좋아하는 사람,
다크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과 달달한 도넛을 좋아하는 사람,
진한 커피를 주문하는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그에게로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
그리고 그녀와 함께 다니던 카페엔 이 모든 장면이 그에게는 사랑으로 읽힌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그녀이지만,
고집이 조금 세다고 한들 그것은 사랑스러운 그녀의 여러 모습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함께 볼 영화를 정하려고 몇 시간이나 티격 태격하더라도 당신과 극장에 가고 싶어”라고,
비록 늘 당신이 결정한 영화를 봐야 했지만 말이야.
그래 놓고 선, 결국 당신은 영화를 보지도 않았지.
"그래도 당신과 별이 가득한 같이 밤을 보내고 싶어”.
“한숨도 자지 않고 떠오르는 아침을 같이 맞이하고 싶어"라는 지난날의 달콤한 이야기가 들린다.
혹여 누군가 그에게 오늘이 무슨 날인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보려 한다.
“사랑의 문이 열리는 날”이네,
그리고 “옆에 있는 그녀의 차가워진 손을 가만히 잡아주는 날”이라고 전한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젊던 우리는 아랫배가 나오고 손등에 검어져 점점이 진한 별들이 박혀도 여전히 하늘에 별이 가득한 밤을 보낼 만큼 사랑이 넘치는 ‘그녀’와 함께한 ‘그’였으리라.
오늘에서야 "그리움은 어떤 것들이 거기에 있지 않음"이라는 알게 됐다.
다만 "비로소 그녀가 비운 자리에도 일상이 스며들고 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소유함으로써 마음이 가난해지지 않는 것 중 유일한 것은 아마도 ‘그녀와의 시간’인 듯싶다.
마음이 가난해지지 않는 유일한 건 아마도 “너의 ‘그리움’”일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