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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를 따라
바다로 나간 노인의 꿈!

꿈을 찾아 나선 노인과 바다로 떠난 기러기!

by 이림

한 노인이 있다.

노인장이라 불러야 옳지 않을까!

아직은 노인이라기보다 노인으로 가는 길에 머뭇거리는 나이에 가깝다.

노인장은 기러기가 되어 먼바다로 가는 꿈을 가지고 있다.

'기러기'는 가을을 열고 나라 올라서 계절의 꿈을 완성시키는 열쇠로 노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마침 “멀리서 다가온,

아주 큰 기러기는 노인에게 “눈빛으로 난 곧 바다로 갈 것 같아요”.

그럼, 나도 데려가죠!라고 노인이 외치자, 기러기는 노인을 곁으로 이끌었다.

노인도 기러기를 따라 “주름진 귓불”을 만지며 깃을 잡고 따라나선다.

노인은 큰 기러기의 가장자리 날개를 잡고 바다로 향한다.

그러자 기러기는 힘차게 날아오른다.


긴 갈대밭 호수를 지나 험한 파도를 건너고 지나친 바다로 나가기 시작한다.

큰 기러기가 날갯짓할 때마다 잔물결이 퍼진다.

바람에 고요하던 하늘이 호수인 양 잔잔하게 일렁인다.

뺨을 때리는 거친 바람과 차가운 물방울,

거대한 힘으로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 차갑게 젖어드는 옷의 감각이 손끝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먼바다에는 거친 폭풍우는 지나가고 구름 위로 해가 고개를 내민다.

노인은 다시 꼭 기러기를 꼭 잡는다.

그럼, “계속 가 볼까?”

꼭 잡은 손 놓지 않는다면,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 노인은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산들바람이 남은 구름까지 멀리 밀어 보낸다.

해 질 무렵 어둡고 어두운 하늘 끝까지 날아 “기러기가 되어 바다로 날아가고 싶다”라는 노인의 꿈을 품고 멀리 날아갔다.

“노인의 얼굴”에서 거친 모음에 가까운 “비명이 흘러”나온다.

윽, 윽! 하는 비명이 흘러나온다.

그 꿈같던 하루의 기억을 하나둘 줍다가 그것이 자신의 찢어진 비명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꿈같던 찢어진 기억들을 기워서 새를 만들지만, 결국 날지 못한다.

노인은 잃었던 자아이고, 꿈에서 본 기러기의 그림자였다.
바다는 기러기와 마찬가지로 다른 이름으로 은유적으로 다가왔다 사라진다.


다시 돌아온 노인의 보금자리는 눈이 부시게 환하다.

창밖으로는 새파란 하늘이 보인다.

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기러기는 새들과 함께 고난도 곡예비행을 한다.

아래로 곤두박질을 하는가 하면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하루가 가고 드디어 저녁 어둠이 내리면 바다의 거친 울부짐도 잦아들고 기러기도 모습을 감춘다.


큰 기러기들이 다시 찾아올 즈음이면 가을 끝이자, 곧 겨울 시작이다.

다른 계절도 무사하길 바라며, 더없이 아름다운 이 계절도 안녕하기를 바란다.

이젠 나이 든 노인은 "다시 꿈같은 기러기와 함께한 여행길은 점점 더 어려워지겠지" 홀로 중얼거린다.

노인은 건너편 일렁이는 밤의 구석진 물결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응시하면서,

어떤 새도 되어 날아갈 것 같은 꿈을 꾼다.

오늘도 바다를 자유로이 나라 오르는 기러기를 그리워하다가 노인은 점차 기러기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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