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청정김병효
노을이 밀고 온 사월, 꽃향기 가득하다
점점 선명해지는 몽우리의
질량만큼이나
텅 빈 허공에 때론 여리고 수줍게
때론 짙게
온 힘으로 밀어내어 봄이 환하다
풍경 속 낭창낭창 걸어오는 봄의 소리
팔 벌려 착 감겨오는 햇살 한 줌
초연히 꽃물 들인 비밀의 순간
우리는 그 깊은 수렁 속으로 흥건히 빠져든다
갈증의 분홍빛 늪
엷게 뿜어낸 숨결 속으로 봄을 뒤적인다
발병 날 그 사랑도 없는데
지천에는 꽃만 피고 지는
지르밟고 지르밟아도
점점이 붉어지는 사월의 병
https://youtu.be/2D5cmNyd0R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