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목탁
청정김병효
그 길이 끝이라고 느껴질 때
어느 겨울날 그대,
야윈 햇살이 점점이 쪽물처럼 스미어 이곳에서 길을 만난다
폭신폭신한 흙길
편백 길 지나 웅크린 산줄기 따라 내 발소리가 무릇, 세상을 연다
먼먼 그 오랜 세월을 다 모금은 고즈넉한 산사,
긴 산죽 길 지나
소나무 사이로 새어드는 햇살
사각사각 발 딛는 소리가 좋다
오르고 오르다
그 끝에 닿으면 그냥 겸손함이 절로 나와
그 길에서 길 위에서
나는 달마의 눈물처럼 서러워할
거룩한 기도처럼 그 눈물 속에 깨달음의 눈을 뜨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