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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하는 용기

B2B 마케팅, 영업 진짜 성공은 노가다에서 시작된다

by 김종혁 강사

13년 전, 기업강사의 꿈을 품고 첫발을 내딛던 그 순간을 떠올립니다. 있어보이는 마케팅 용어로 포장하자면 '크롤링을 통한 타겟 잠재고객 확보'였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냥 '노가다'였습니다. 대학원생이었던 제가 학부생 알바 2명과 함께 밤낮없이 기업체 인사교육팀 팀장들의 연락처를 찾아 헤맸던 그 시간들. 하나당 천 원, 하드바운스 되면 환불이라는 조건으로 천 몇백 개의 연락처를 확보했습니다.


구글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하나하나 기업 홈페이지를 뒤져가며 조직도를 찾았습니다. 때로는 보도자료에서 인사팀장의 이름이나 아이디를 발견하고는 그 이름으로 다시 검색해서 이메일 주소를 유추해보기도 했습니다. 정말 원시적인 방법이었지만, 그때는 그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것은 끝없는 거절의 연속이었습니다. 메일을 보내면 스팸 처리, 문자와 카톡을 보내면 차단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 "그게 무슨 소용이냐", "무식한 방법이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했습니다. 꾸준히.. 매일의 숙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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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역설

요즘 'B2B 디지털마케팅' 교육을 하면서 만나는 교육생들을 보면 많은 분들이 마우스 '딸깍' 한 번의 클릭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길 원합니다. AI가, 디지털 툴이 마법처럼 고객을 자기 눈앞에 데려다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마케팅은 분명히 효율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만난 문구 도매업체의 이야기는 저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잠재고객인 전국의 도소매 문구점을 찾기 위해 네이버 지도를 하나하나 뒤졌습니다. 거리뷰까지 확인하며 간판의 연락처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고객층이 고령이라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파악한 후, 20세기 방식 그대로 두꺼운 제품 카탈로그 몇천 권을 인쇄해서 하나하나 우편으로 발송했습니다. 몇천만 원이 한 번에 날아가는 지출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요즘 세상에 그런 방식이 어디 있느냐"며 비웃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무식한' 방법이 그들을 전국에서 손꼽히는 문구 도매업체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성공의 진짜 모습

모든 성공 스토리 뒤에는 화려하게 포장되지 않은 진짜 이야기가 있습니다. 맨땅에 머리를 박으며, 주변의 비웃음을 감수하고, '무식하다',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묵묵히 해낸 그 시간들이 있습니다. 13년 전의 저는 몰랐습니다. 그 지겨운 연락처 수집 작업이, 욕을 먹어가며 보낸 수많은 메일과 문자가, 나중에 저의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상에서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될 줄을, 수많은 거절을 당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거절에 대한 면역력, 고객의 마음을 읽는 직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마음가짐이 될 줄을. 문구 도매업체의 사장님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하나하나 지도를 뒤지며 연락처를 찾고, 카탈로그를 우편으로 발송하는 그 '비효율적인' (그렇게 보이는) 과정에서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진정한 서비스 정신을 배웠을 것입니다.


'노가다'의 가치

요즘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효율화되는 시대에, '노가다'라는 단어는 마치 낡은 유물처럼 취급받습니다. 하지만 진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 모두 자신만의 노가다 시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시간은 단순히 견디는 시간이 아닙니다. 진짜 실력을 기르는 시간이고, 고객을 이해하는 시간이며, 자신만의 철학과 코어를 만들어가는 시간입니다. AI와 디지털 툴이 아무리 발달해도 대체할 수 없는, 시장개척의 마중물을 찾아내서 펌핑하는 시간입니다.


혹시 지금 당신도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은 일을 하고 있습니까? 주변에서 '미쳤다', '비효율적이다'라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지금 진짜 성공의 씨앗을 심고 있는 중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진짜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입니다. 13년 전의 저와 문구 도매업체 사장님처럼, 언젠가는 그 '무식한' 노가다가 당신만의 독특하고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성공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진짜 성공은 반드시 맨땅에 헤딩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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