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초3부터 SKY는 시작됩니다
곧 초등학교의 여름방학이 다가온다. 교사로서 맞는 방학과 학부모로서 맞는 방학의 마음가짐은 완전히 다르다. 교사로서의 나는 이미 달력에 방학을 크게 표시해놓고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었을 테지만 학부모로서의 나는 이 더위에 천방지축 1학년 아들과 무얼 하며 4주를 지내야 하나 고민이 많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하고 울리는 각종 학원의 방학 특강 문자에 내 마음도 흔들리고 있다. 어디 보자, 도형 특강도 좋겠고 2학년 교과 끝내기도 탐나고, 어머 3학년 교과 끝내기라니? 1학년이 그게 가능할까? 바꾸어 말하면 3학년 교과까지 여름방학에 끝내는 1학년들이 있다는 건데 우리애는 이렇게 있어도 될까? 역시 학원의 문자는 내 불안과 조급함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자극한다.
사실 학원 특강 문자보다 현실이 더 혹독하다. 엄마들과 얘기를 해 보면 벌써 두 자릿수 곱셈을 하는 아이, 나눗셈을 하는 아이, 분수를 배우는 1학년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우리 아이도 나름 사고력 수학 학원을 주 1회씩 다니고 집에서 연산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이러다가 과연 몇 년 후에 이름난 수학학원에 들어갈 수 있을지, 그 아이들과 우리 애의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나게 되면 어쩌지, 지금이라도 그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 테스트를 예약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과 조급함이 나를 덮친다. 이런 마음을 갖고 도서관 서가를 헤매던 중, 한 책의 제목이 내 눈에 꽂혔다.
'초3부터 SKY는 시작됩니다'
이 책의 저자는 10년 동안 대일외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영어교사이다. 특목고 교사로서 당연히 SKY진학지도 경험이 풍부하다. 이렇게 최상위권 학생들을 긴 시간 옆에서 지켜본 결과 입시에서 성공한 학생들은 초3부터 고3까지 10년의 기간동안 올바른 준비를 해 왔음을 깨달았고 그렇게 얻은 통찰로 이 책을 썼다. 사실 나는 입시를 경험해 본 교사의 생각이 오래전부터 정말 궁금했다. 초등학생만 봐 온 나로선 어떤 학생이 대입에서 성공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이후의 삶을 아는 제자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그들의 중고등학교 생활도 모르는 나는 초등학교 생활과 대입의 성공을 연결짓기에 한참 부족한 데이터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고등학교, 그것도 최상위 학교에서 입시를 담당한 교사의 저서라니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과연 이번 여름방학에 주위를 따라 더 달려야 할 것인가, 아니면 맘껏 놀게 해야 하나 알쏭달쏭해하며 책을 펼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학원을 보내라, 혹은 보내지 말아라.'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 학원은 각 가정과 아이에 따라 다르지만 과도하지 않은 사교육이 어디까지인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며 입시 제도가 변하더라도 바뀌지 않는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좋은 얘기가 너무 많아 발췌한 부분도 많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내 아이의 연령에 맞는 내용에 더 눈이 갔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이어지는 입시 레이스에서 지치지 않고 공부해 나가려면 근성, 인내심, 자기 조절력 등 내면의 근력을 키워야 합니다. 저는 이를 '인격 수양'의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중략) 명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대치동 학원가나 고액 과외를 시킨 부모님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보다 초등 저학년 시기까지는 대부분 가정에서 부모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유대 관계를 탄탄히 쌓아왔습니다. 앞서 말한 인격 수양의 과정을 성실히 거친 것이지요.
이 책에서는 태어나서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의 10년, 초3부터 대입까지의 10년을 큰 한 세트로 묶는다. 입시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속한 초기 10년 동안은 부모와의 유대관계를 탄탄히 쌓고 장차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인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부모하고 사이가 좋은 애들은 사춘기도 약하게 온다던 선배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유치원, 사고력 수학, 가정방문형 학습지, 독서토론, 주요 과목 학원, 영어도서관, 사립초등학교 등 안 보낸 곳이 없을 정도로 교육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고 최대한으로 지원하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적극적이고 기대치가 높은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는 오히려 소극적으로 변하고 부모의 지시만 기다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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