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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 PostModern Oct 09. 2023

아무렇지도 않은데?

사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야. 

 어떤 사람에 대해 '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내가 나를 알기도 바쁘니까.

 느껴지는 분위기라든지, 표정, 말과 행동 등 여러 요소를 통해 '어느 정도' 알게 된다. 단, 전부는 아니다. 사람을 평가한다고 하지는 않지만 무의식 중에 비판과 별 다를 바 없는, 아니 비난에 가까운 판단을 내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정말 많다. 


 심리학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심리학자의 분석을 보면 인간심리에 대해 나름의 논리를 갖고 전개한다. 그래서 그런지 신뢰가 가고, '혹 할 수 있는 말'을 자주 한다. 참고용으로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결핍'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인간은 결핍된 존재라는 말이다. 무언가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 채우는 방식에 대해선 학자들 마다 의견이 제각각이다. 


 그중,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계속 반복해서 말하면 그것이 결핍됐다'라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오늘도 B 씨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아쉬운 부분을 발견했다. 그냥 한두 번 말하고 넘어가면 될 것을 일주일 또는 한 달 내내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꼭 마지막에 하는 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무렇지도 않지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고서 한다는 말이 고작, "아무렇지도 않은데"라니. 상황파악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면, 아니 최소한의 눈치가 있다면 주위 사람은 느낄 수밖에 없다. "쟤, 왜 저럴까. 또 저러네".

자신의 결핍을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무의식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렇지도 않은데?"라는 말속에 

 "사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야"라는 말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러니까. "쟤 왜 저럴까"라는 말속의 '쟤'가 오늘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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