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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by 분홍소금

때늦은 장마와 함께 올 가을이 소문 없이 가 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어요

여보란 듯이 더 높은 하늘과 바람을 불러오고 단풍을 터뜨렸어요

준비운동도 없이 본 게임으로 넘어온 것처럼 살짝 당황했지만

벌써 괜찮아졌습니다


운동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 이어지고 있어요

산에 갈 수 있다면 어떤 날도 다 좋습니다

가을 산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단풍을 건너뛴 이파리가

초록을 품은 채 떨어집니다

가지에 붙은 잎들은 엉성해지고

깃털이 뜯긴 커다란 새가 엉거주춤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산은 아름답습니다

산은 지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어요

여름의 무성한 이파리에 가려져 있던 것들이

나 여기 있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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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이름모름
가을나무8.jpg 상수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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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 이름모름

파르테논 신전같이 우람한 나무 둥치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파리가 없으니까 눈에 들어왔어요

가을뿐 아니라 겨울까지 보는 이를 황홀하게 할 예정입니다

완전히 다른 모양인 것도 있지만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다른 모양도 있습니다

정말 많이 찍었지만 다른 것도 골고루 올리려고 하니

더 욕심을 낼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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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도 달라요

자세히 안 봐도 알 수 있지요

나무가 빚어낸 색상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사람도 저마다의 색상으로

아름다운 것을요


골국진 나무의 생애가 보여주는

아름다움도 여름엔 볼 수 없었지요

햇볕을 향한 열망을 결코 포기 하지 않았을

나무를 쳐다보고 있으면 마음마저 숙연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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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을 내어 줍니다.

상대를 기꺼이 용납합니다.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봅니다

함께 자라고 함께 늙어가며

아름답게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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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친구들을 보세요

직박구리와

다람쥐가 포즈를 취해 주었습니다

사진이 구리게 나와서 미안하네요

정말 보기 좋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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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친구들이 놀러 와서

다람쥐와 새와 친구를 먹었습니다

상차림을 좀 보세요

누구를 위한 한 상차림인지 금방 눈치챘지요

상을 차려놓고 친구들을

부르러 간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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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로 난 싹을 좀 보세요

어린 티를 벗었습니다.

기세가 남다릅니다. 혹시 사춘기일까요?

사춘기인데 똑바로 서 있습니다.

우리 아이 사춘기와 사뭇 다른 모습에 안심입니다

왼쪽 가에 나무는 줄기가 잘렸어도 꿋꿋하게 새 순을 틔우고

위로위로 키웠습니다

짝짝짝!

그 엄마에 그 아들을 칭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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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 해도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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