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스무 살처럼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서류에 붙일 증명사진 한 장이 필요해서 사진관을 알아보다가 휴일을 기회로 삼은 예약은 꽤 충동적이었지만 프로필 사진을 생각한 건 올 초부터였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힘들면서 약해졌던 탓일까, 현실을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인이 되는 과정 중 하나일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한 건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었다. 이미 좋아하던 많은 것들을 멈추고 정리하며 남은 취미들로도 여전히 취미 부자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10대, 20대처럼 살아도 될까를 고민하는 요즘이기에 사진 한 장쯤 멋지게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정적인 활동과 동적인 활동을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쉽게 질리지도 않아서 한 번 시작한 걸 가볍게 내려놓지 않고 붙들고 있기도 곧잘 했다. 그렇게 하나씩 쌓인 취미들이 하루 이틀을 넘고 한 달 두 달을 넘어 해가 바뀌며 십 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들이 많아진다는 건 한정된 시간을 더욱더 쪼개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엿한 사회인으로 한 사람 몫을 다 하기 위해 요구되는 시간을 제하고, 사람의 몸이 견디기 위해 요구되는 시간을 제하고, 이렇게 저렇게 제하고 제하다 보면 내게 남는 온전한 내 시간은 많지 않다. 도리어 주변을 보고 있자면 이렇게 온전한 내 시간 타령조차 아직 미혼이기에 할 수 있는 배부른 투정이라는 생각마저 들곤 한다. 그런 생각들 속에서 꽤나 정기적으로 나의 수첩은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으로 채워지곤 한다.
언제까지나 스무 살처럼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문득 나 자신에게 묻는다. 열정이 넘치고 미래를 계획하는 삶을 살기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갖추어가며 나 자신보다도 다음 세대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나이에 나는 아직 꿈 많은 막내의 티를 못 벗어내지 않았나. 가정을 꾸리고 학부모가 되어 가는 친구들을 보며 위기의식을 느끼다가도 금세 내 미래를 계획하며 도전을 찾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나는 나의 삶이 아닌 우리의 삶을 계획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일까.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며 고개를 모로 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으로는 온갖 꿈과 계획을 설계하는 나는 아직도 어른이 덜 되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