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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빈 Jun 21. 2022

꽁꽁 숨겨놓은 글들을 공개해버린 이유

브런치 작가 합격 수기


 합격 메일을 보자마자 기분이 좋아져서 합격 메일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려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인스타 프로필에는 브런치 링크까지 걸어놨다. 꽁꽁 숨겨놓았던 글들이 공개가 되어버린 셈이다. 나의 스토리를 보고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기 시작했다. 꽤나 잘 숨기고 살았구나 싶기도 하면서,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드디어 떳떳한 내 공간이 생겼다.


 "책을 냈거나 글을 잘 쓰는 작가(作家)는 아니지만 세상에 작품을 더하고 싶은 23살 작가(作加)입니다." 내 자기소개의 첫 문장이다. 이어서는 작가 소개란에 써져있는 문구와 비슷하게 "제가 쓰는 글들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저도 그들 중 하나이기에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습니다." 라고 썼던 것 같다. 이렇게 한 번만에 덜컥 붙을 줄 알았으면 자기소개서라던지 활동계획으로 작성했던 것들을 따로 저장이라도 해둘 걸 이라는 짧은 후회를 이제야 해본다.


 앞 문단에서도 나왔다시피 한 번에 붙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도 합격하고 싶은 의지는 있었기에 네이버에 브런치 작가 합격 수기를 검색해보긴 했다. 물론 들어가서 보진 않았다. 단순히 귀찮아서였다. 브런치라는 곳을 알게 된 지는 꽤나 오래전이다. 그럼에도 신청을 미루었던 것은 한 번에 붙지 못하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다는 생각과 글 세 편을 몰아서 쓰고 신청하기엔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브런치에 합격하기 전엔 블로그에 글을 써서 올리곤 했는데 글을 올리는 기간이 빠르면 이틀, 느리면 한 달도 넘게 걸린 적이 있기에 세 편을 몰아서 쓰는 것은 감히 엄두가 안 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신청을 마음먹게 된 것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한 글을 한 자리에 앉아서 완성시키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짧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글 하나를 올리는 데 평균 5일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리고 이렇게 공 들여서 쓴 글들을 소수의 지인들과 이웃들만 읽을 수 있는 블로그에 올려왔다. 단지 내가 고민해서 쓴 글을 아무에게나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글을 읽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거기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허나, 이제는 되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쓰는 글은 혼자만 보려는 글 따위가 아니니까. 그런 글이었으면 일기장에나 쓰고 말았으면 되는 일이었다. 이렇게 공들여서 썼으면 더 많은 사람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아니.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블로그를 멈추고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기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목표가 있는 글이라 그런지 걱정과는 달리 빠르게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첫 문단만 써놨었던 글 <가수>와 소재만 가지고 있던 <시베리아 기단에는>을 완성했다. 마지막 글도 블로그에 없는 글로 작성하려 했으나, 마무리가 도무지 나질 않아 블로그에서 내가 좋아하던 글인 <피사체>를 가져와 신청했다. 그래서 더욱이 합격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 한 신청이 아니었기에. 결과적으론 합격을 했지만, 정말 오만한 신청이었다. 그리하여 합격수기와 더불어 성찰의 시간도 겸해본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감사하다. 사실 운이 좋건, 그렇지 않았건 이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인지에 대한 내용으로 글을 마치겠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 누군가, 무엇인가, 어떤 것인가의 시점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써 내려간 글을 <누군가가 되는 방법>에 담기로 했다. 또한 20대의 나의 시각에서 세상에 대한 망상과 몽상들을 펼쳐낼 글을 <스물, 안(眼)>에 담기로 했다. 이 <스물, 안(眼)>에는 사실 다른 의미도 있다. 지금은 눈 안(眼) 자를 사용하지만, 나의 최대 목표는 이십 대 안에 책을 내는 것이기에 안(within)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어찌 됐든 나의 부끄럽지 않은 책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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