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와 쇼츠에 눌린 공허함
지붕 위에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유일하게 쉬는 날, 일요일.
나는 휴일에 눈을 뜸과 동시에 제일 먼저 손이 자동적으로 핸드폰으로 갔다.
깨지도 않은 정신과 흐릿한 시선으로 유튜브 쇼츠를 켰고 그 짧고 자극적인 영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신체의 통증도 감정도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그 순간만큼은 완전히 잊혔다.
몸과 정신 전체의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나는 스스로에게 유튜브 쇼츠라는 마취제를 꽂았다.
하루 종일 아무 감정도 생각도 없이 엄지 손가락만 위아래로 움직이며 계속 화면만 들여다봤다.
영상을 얼마나 봤을까. 방이 점점 어두워질 때쯤 나는 겨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어느새 쉬는 날의 해는 질 시간이 되었고 의미 없고 낭비되는 시간은 슥슥 삭제되듯 빠르게 지나갔다.
숏츠에서 깨어나면 언제나 남는 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공허한 하루뿐이었다.
사실 나는 쉬는 날이 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지붕 일을 시작한 뒤 일요일이 되면 몸 전체의 근육통이 더 커졌고 움직일 에너지 움직이고 싶다는 감정조차 없었다.
여가 활동, 야외 나들이, 사람들과의 만남. 그 모든 걸 좋아하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그 두근대던 감정들도 희미해졌다.
미래에 대한 생각도 목표도 그리고 늘 하던 독서와 글쓰기도 이젠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몸을 억지로 일으켜 문밖을 나서도 호주의 아름다운 풍경은 나에게 그저 딱딱한 벽지처럼 느껴졌다.
내 시선은 아무것도 붙잡지 못했고 몸과 마음은 온통 침대에로 향해 있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이불 속에 들어가 편안히 누워 유튜브 숏츠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침대와 핸드폰이 내 쉬는 날의 전부가 되었다.
나에게 ‘의미 있는 쉼’이 아니라 지붕 위의 시간보다 더 빠르게 사라지는 삭제된 날이 되어갔다.
그저 이게 ‘현실을 사는 거야.’이라는 문장만 무겁게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뭔가를 하려는 마음없이 쉬는 날에도 나는 말도 감정도 생각도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붕 위에서의 습관처럼 무기력이 내 일상에 박혀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의 쉬는 날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그 무의미한 시간들 속에서 나는 정말 다시 감정 있는 삶을 바랐던 걸까.
아니면 단지 공허함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던 걸까.
그날도 평소처럼 멍하니 커뮤니티를 훑다가 누군가 한국어로 된 자기계발서를 판다는 글을 올린 걸 봤다.
내 손가락은 뇌가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그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운 좋게도 픽업 장소는 요즘 지붕 공사하는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아 일하는 날 퇴근길에 들르기로 했다.
그러고 다시 근육통과 생각이 밀려오기 직전 다시 마취제를 머리에 꽂듯 쇼츠를 틀었다.
그 짧은 순간 아주 희미하게 스쳤던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나는... 내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