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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겨울만 되면 속이 답답할까

by 해피가드너



겨울로 들어서면서였을까. 자주 속이 답답해지곤 했다. 명치끝에 돌덩이가 얹힌 듯 묵직하고, 끼니때가 와도 배가 고프기보다 더부룩함이 먼저 느껴졌다. 나이가 들어 소화 기능이 떨어진 건가, 아니면 몸과 마음이 분주한 탓일까. 원인을 몰라 답답해하던 차에, 운동 인증을 올리는 단톡방에 알림이 올라왔다.


"겨울철 건강 관리, 무료 디톡스 강의 초대합니다."

평소 같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문구가 그날따라 유독 눈에 들어왔다. 마치 내 속사정을 알고 보내온 신호 같달까. 홀리듯 강의를 신청하고 화면 앞에 앉았다. 그리고 강사의 첫마디에 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추워지면 몸도 웅크립니다. 근육만이 아니라 장기들도 긴장해 수축하죠. 그래서 겨울에 소화불량이 잦아요."


겨울 디톡스를 통해 몸의 막힌 길을 잘 열어주어야만 다가올 봄에 건강한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겨울은 꽁꽁 싸매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계절인 줄만 알았는데, 오히려 '비워내야 사는(Detox)' 계절이라니. 그동안 더부룩했던 이유가 단순히 활동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내 몸이 소화할 길을 찾지 못해서였나 보다. 디톡스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세 가지를 소개했다.



1. 진정한 쉼

강사는 우리의 몸이 과도한 음식 섭취로 인해 늘 '과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음식을 먹어야 에너지가 생길 것 같지만, 실상 몸은 그것을 소화와 분해하기 위해 격렬한 노동을 시작한다. 즉, 끊임없이 먹는 건, "쉬지 말고 일해!"라며 채찍질하는 것과 같다. 자기 전 2~3시간 동안은 공복을 유지하라는 것도 입이 멈춰야, 비로소 몸속 장기들도 퇴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설명을 듣는데 문득 지난 1년의 내 모습이 겹쳐졌다. 몸에 쉴 새 없이 음식을 밀어 넣듯, 나 역시 삶에 무언가를 채워 넣고 있지 않았나. 성장, 발전, 자기 계발 등. 많은 것들을 쌓아 올리느라 정작 내 영혼은 단 하루도 푹 쉬지 못했던 것 같다. 몸을 위해 숟가락을 내려놓듯, '마음의 공복 시간'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디톡스, 비워내는 과정

내 몸을 청소하고 정화하는 단계로, 강사는 '채소'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채소에 들어있는 효소,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파이토케미컬은 우리 몸의 활성산소를 잡아먹는 천연 청소부다. 특히 채소는 척박한 땅과 비바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강한 물질을 만들어 낸다. 바로 그 '생존의 힘'이 우리 몸에 들어와 약이 된다는 것이다.


채소의 식이섬유가 몸속 찌꺼기를 끌고 나가듯, 내 마음에도 묵은 감정을 비워낼 '마음의 정화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솔직하게 쓰는 일기일 수도, 누군가를 향한 용서의 메시지일 수도 있겠다. 내 안에 고인 썩은 감정을 그대로 두면 결국 마음도 산화하고 말 것이다. 식물이 땅의 기운으로 스스로를 지키듯, 나도 나를 지키기 위해 마음의 독소를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실천, 작게 시작하기

백번을 알고 있어도 행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강사는 거창한 식사보다 '채소 한 가지'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브로콜리, 시금치, 당근, 토마토, 양파처럼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한 채소를 고르되, 꾸준히 먹을 수 있도록 가볍게 조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으로 먹기보다 살짝 데치거나 익혀서 따뜻하게 섭취하는 것. 그것이 겨울철 굳어있는 내 몸에 온기를 불어넣고 소화의 길을 터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삶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머리로만 알고 실천하지 못했던 여러 마음이 있다. 크게 뭔가를 해결하기보다는 그저 오늘 하루, 나를 괴롭히던 걱정 한 가지를 내려놓는 것. 이해되지 않았던 사람을 위해 짧은 기도 한 번 해주는 것. 그 작고 따뜻한 '마음의 채소' 하나부터 해보면 충분할 것 같다.


강의를 마치고 바로 장을 보러 나갔다. 브로콜리, 시금치, 당근 등 여러 채소를 사서 며칠 동안 수프를 끓여 먹었다. 따뜻한 채소가 몸속으로 들어가자 막혀있던 소화 길이 뚫리고, 계속되던 더부룩함도 조금씩 가라앉는 기분이다. 내친김에 일상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조정하며 한 해의 마무리를 해야겠다. 내년 봄, 좀 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이제서야 알겠다. 겨울에 속이 답답했던 건, 내 몸이 "이제 좀 쉬자"라고 보낸 신호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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