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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크리에이터 크루’가 선 밖을 색칠하는 이유

CORTIS – [COLOR OUTSIDE THE LINES]

by 고멘트


CORTIS(이하 코르티스)는 빅히트 뮤직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인 보이그룹이다. “COLOR OUTSIDE THE LINES(세상의 기준을 벗어난다)”라는 선언은 이들의 방향성을 정확히 요약한다. ‘틀을 벗어나는 것’이 곧 존재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코르티스의 데뷔 앨범 [COLOR OUTSIDE THE LINES]는 힙합의 언어를 빌려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하며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비주얼을 비롯한 브랜딩에도 기준을 벗어난다는 정신이 일관되게 흐른다. 데뷔 앨범에 힙합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기존의 케이팝 구성을 벗어나며, 힙합이 지니는 자의식과 자기 세계를 주도적으로 그려내는 태도는 팀이 내세운 ‘영 크리에이터 크루’라는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선택의 이유와 방식을 알아보고자 한다.


tempImageNTERYb.heic CORTIS Debut EP [COLOR OUTSIDE THE LINES]



1. ‘꽉 채운 3분’은 케이팝의 클리셰?


케이팝에는 ‘3분 내 꽉 채운’ 구성이란 것이 존재한다. 여러 장르를 믹스해 파트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거나, 고난도의 고음을 선보이는 브릿지를 추가하고, 타이트한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을 댄스브레이크 파트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구성은 케이팝의 특징이자 장점이었다. 그만큼 많은 팀이 오랜 시간에 걸쳐 공식처럼 따르기도 했다. 때문에 트레이드마크인 동시에 클리셰가 된 지도 오래다. 그와 반대로 장르 음악을 곡에 녹여내는 동시에 구성적인 틀을 벗어난 케이팝 앨범의 사례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NewJeans(이하 뉴진스)의 음악이 그렇다. ‘Ditto’, ‘Supernatural’, 이어서 데뷔 앨범 [New Jeans]까지도 ‘케이팝’ 같지 않다는 평을 얻었다. ‘클리셰’와 반대되는 구성을 취했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더 나아가 송폼의 대비보다 전체 흐름의 일관성을 우선시해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실제로 뉴진스의 곡 대부분에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고음이 없다. 뿐만 아니라 브릿지 없이 진행되는 구성으로 인해 길이가 3분을 넘지 않는 곡이 많아지기도 했다. 뉴진스가 데뷔 2주년을 세기도 전에 도쿄돔을 매진시켰으니, 그 수준은 과연 신드롬이었다. 그 성공이 단지 앞서 언급한 몇 곡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다수가 클리셰를 벗어난 새로운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데에는 유효한 근거가 됐다. 이후 케이팝의 클리셰를 벗어난 음악을 원하는 사람은 많았으나 막상 '케이팝스럽지 않음'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산 것은 몇몇 사례를 빼곤 드문 일이었다.


https://youtu.be/WXS-o57VJ5w?si=XhVdRpZZFp9NoxI4

CORTIS 'GO!' Official MV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코르티스는 외국 힙합을 전면적으로 차용하는 동시에 ‘힙합스러운’, ‘케이팝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관심을 끌었다. 음악적으로는 어떤 모습이 그런 감상을 만들었는가? 코르티스를 가장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낸 곡 ‘GO!’는 트랩의 하위 장르인 레이지 장르로, 힙합 커뮤니티 내에서 레퍼런스에 관해 토론이 일었을 정도로 진성의 힙합 장르를 녹여낸 곡이다. ‘GO!’를 들을 때 Travis Scott의 ‘FE!N’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나 패드에 집중해 보면 전체적인 무드나 챈트 구성뿐만 아니라 사운드 메이킹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한 3번 트랙 ‘FaSHioN’ 또한 트랩 사운드의 에너지 넘치는 곡이자, A$AP Rocky 의 ‘Praise The Lord’가 떠오르는 곡. 1분 초반부의 ‘I came, I saw, I came, I saw’를 두고 ‘FaSHioN’의 메인 루프가 이 곡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또한 코르티스의 앨범 전곡에는 브릿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메인 루프가 급격하게 변화하지도 않는다. 귀를 사로잡기 위해 격한 변화를 만들기보다 자연스레 흘러가는 구성을 중요시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앞서 언급한 ‘클리셰’를 벗어나며 ‘케이팝스럽지 않은’, ‘외국 음악다운’ 흐름이 코르티스의 음악 곳곳에 드러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음악적 장르에서만 기존의 틀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 힙합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 자의식, 날것의 감각을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비롯한 브랜딩에서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https://youtu.be/42wfEs7oIP8?si=Fffb8BDsHAQ3lDUu

CORTIS 'FaSHioN' Official MV



2. ‘내가 해냄’을 증명하는 가장 힙한 방식


코르티스는 자체 다큐멘터리와 콘텐츠를 통해 전 멤버가 앨범 제작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음을 알렸다. 4편으로 이루어진 다큐에서는 인트로마다 멤버 소개를 곁들여 이 멤버가 이 팀에 꼭 필요했던 이유부터 나열했다. 팀의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알리기 위한 가장 밑바닥부터 공개했다는 이야기다. 또한 멤버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Original MV를 공개했는데, Official MV와 비교했을 때 Original MV 속 아이디어와 영상 요소들이 Official MV에 대다수 반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두 개의 영상을 비교하며 멤버들이 초기의 구상안과 촬영 비하인드를 나누는 코멘터리 콘텐츠도 함께 공개했다. 퍼포먼스 면에서는 멤버 제임스를 주축으로 서로를 디렉터 삼아 안무를 디벨롭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치 “정말로 저희가 한 게 맞아요”라고 말을 건네는 듯한 이토록 친절한 콘텐츠들은 단시간 내에 시청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처럼 모든 것을 오픈했다는 인상을 주며 자체 제작, 공동 제작이란 키워드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다는 다짐을 엿볼 수 있었다. 여태껏 자체 제작이라는 키워드를 가져간 팀은 적지 않았으나 이토록 일차원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한 팀은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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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TIS DOCUMENTARY


콘텐츠를 직접 만들었다고 직접적으로 전달했다면, MV를 비롯한 비주얼적 컨셉에서도 힙합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과 날것의 감상을 연출적으로 드러냈다. ‘GO! MV에서는 360도 카메라를 입에 물고 달리는 등, 보편적인 ‘뷰티샷’이 아닌 컷을 집어넣으며 10대 소년들의 자유분방함과 틀을 벗어나는 감상을 연출적으로도 선보였다. 한껏 내려 입은 바지도 캘리포니아의 10대 소년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스러운 요소가 된다. 앞서 언급한 ‘케이팝스럽지 않다’는 감각을 이 부분에서 엿볼 수 있다. 특정 구간에서는 퍼포먼스를, 특정 구간에서는 고음을 보여주는 완벽함을 선택하기보다 10대 소년의 자연스러움 자체를 포인트 삼아 편안한 흐름을 전달하는 것. 대중으로 하여금 ‘케이팝의 클리셰’를 벗어난다고 느끼게 한 부분이다.


CORTIS 'GO!' MV


한편 ‘FaSHioN’ MV에서는 강렬함을 드러내며 ‘힘준 날것의 감각’을 더욱 앞세웠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감, 자동차, 얼굴을 타이트하게 잡는 제스처샷 등의 연출도 트래비스 스캇이 참여한 ‘GATTI’의 MV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전달하기도 한다. 또한 힙합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요소인 강렬한 에너지를 MV에 담아내 10대 소년의 ‘제멋대로’인 라이프 스타일을 체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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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TIS 'FaSHioN' MV




3. 힙합은 하는 게 아니라 되는 것 (Not to do Hiphop, But to be Hiphop)


그렇다면 이토록 친절한 크리에이터가 등장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논할 때면 피할 수 없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해당 이슈와 관련된 부분을 누가 기획했냐’는 소위 ‘폭탄 돌리기’ 문제다. 체급이 커지고 지켜보는 눈이 많을수록 딜레마는 커지고 예상치도 못한 분야에서 이슈가 따라온다. 더욱이 코르티스의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프로듀싱을 비롯한 제작을 담당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거대 자본을 소유하고 있다. ‘공동 창작’이라는 이름 아래 멤버들에게 창작을 맡기기보다 전적으로 제작팀에서 책임을 지고 이끌어갈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 창작’이라는 키워드를 붙인 이유가 무엇일까. 수많은 콘텐츠를 시청하며 느낀 것은 그저 하나의 앨범이 힙합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아니라 코르티스가 ‘힙합’이 되고자 한다는 감상이었다. 곡 장르적으로만 힙합을 차용하는 것에 비해, 힙합이 주는 주체적이고 날것의 자의식을 나만의 방식으로 녹여낸다는 뿌리 깊은 내재화까지 함께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 노력은 음악 외적인 브랜딩에서도 그 감각을 덧입혀 일관성을 유지하며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그뿐만 아니라 코르티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외국 힙합의 향기를 음악 자체에만 국한한다면 확실한 브랜딩이 어려웠을 것이다. 힙합의 주체적 감각을 극대화해서 전달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 브랜딩에 있어서도 일관성을 보여주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다. 만약 단지 ‘완벽히 소화해 내는’ 팀으로 등장했다면, 지금처럼 ‘자연스럽다’, ‘자신만의 것을 만든다’는 평가를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직접 작사한 메시지로도 ‘바라던 걸 찾아 집을 떠나’고, ‘작업실에서 불을 피우’고,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겠다고 외치는데 그 무엇도 주체적이지 못하면 연출에 인위성이 남았을 수도 있겠다. 또한 지속해서 작아지는 규모인 케이팝 내수 시장을 두고 글로벌 시장을 타겟팅하기 위해서는 그저 소화해 낸다는 이미지는 탈피해야만 하는 숙제였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수많은 날것의 요소들이 공개되었고 친절한 브랜딩이 이루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팀의 정체성과 앨범이 이야기하는 공통적인 것은 선을 넘고 기존의 것을 벗어나겠다는 이야기인데, 이 부분을 음악적 구성과 음악 외적의 브랜딩으로 선보이며 수월한 첫걸음을 뗐다.




4. COLOR OUTSIDE THE LINES


코르티스의 [COLOR OUTSIDE THE LINES]는 힙합 전면 차용, 기존 구성의 탈피와 그에 따른 음악 외 브랜딩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린 앨범이자 데뷔다. 압도적인 양의 콘텐츠와 친절한 방식의 공개로 ‘영 크리에이터 크루’라는 브랜딩을 각인시켰다. 콘텐츠의 양뿐 아니라 질 또한 놓치지 않았다. 그 나이대의 소년들이 소유하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외국 노래’처럼 느껴지는 감각을 여러 곳에 녹여냈다. 시작을 ‘~~한 우리’가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색칠하는 우리’에 초점을 맞추었으니 다음의 발걸음도 무리없이 내딛을 포인트가 된다. 다만 공동 창작이라는 이름 아래 계속되는 동일자의 프로듀싱은 앞으로 비슷한 무드의 곡이 계속해 나올 것이라는 우려를 심곤 한다. 케이팝 씬에서는 매 앨범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한 과제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창작자에게 따르는 ‘기획자의 책임’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도 이들에게 맡겨진 과제다. 진정한 ‘힙합’이라면 회피가 아닌 당당함과 주체성으로 눈앞에 닥친 위기를 헤쳐나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까. 룰을 깨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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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인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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