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STEM SEOUL – [SS-POP 2]
노스텔지어, 그리고 미래. 두 상반되는 키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전 세계가 지향하고 있는 문화의 요소이다. 한국 장르 음악 씬도 이런 거대한 흐름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그런 흐름 가운데 유별난 신예가 등장했다. 바로 올해 6월 [SS-POP]으로 데뷔한 SYSTEM SEOUL, 이어 나온 [SS-POP 2]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여러 논란에도 휩싸여 계속해서 이슈를 만들고 있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단순히 이 음악의 평가를 넘어, 이런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한국에서 이런 음악들이 어떠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려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소비가 많이 되는 키워드 ‘MZ’. 따지고 보면 꽤 넓은 세대를 포괄하는 단어고, 우리는 이 중 ‘Z’에 집중해야 한다. Z세대는 스마트폰이 보급된 뒤, 인터넷 사용에 그 어떤 세대보다 익숙한 이들이다. 그럼 Z세대가 즐기는 음악은 무엇일까? 앞으로 설명할 음악들은 수많은 Z세대의 음악 중 [SS-POP 2]를 설명할 때 필요한 녀석들이다.
사실상 이런 인터넷 하위 장르들이 밖으로 쏟아지게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하이퍼 팝이란,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 팝 음악과 멕시멀리즘이 합쳐진 ‘과잉된 팝’이다. 실제로 사운드나 보컬, 그리고 곡 구성 자체가 극단적으로 왜곡되어 나타난다. 이들은 PC주의에 큰 영향을 받았고, 꼭 LGBT가 아니더라도 ‘정체성의 혼란’을 중심으로 음악을 풀어나간다.
힙합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들었을 수밖에 없는 장르다. 트랩과 멈블 랩 등에 영향 받고 그 위에 과잉된 신디사이저가 흘러나오는 음악이다. 앞서 언급한 Playboi Carti가 레이지를 메이저로 끌어올렸다. 여기서 들리는 신디사이저 소리는 과잉된 느낌에서 하이퍼 팝과 매우 유사하다.
베이퍼웨이브와 함께 인터넷 마이크로 장르의 조상쯤 되는 친구다. 기존에 있던 노래를 배속하여 리믹스 하는 음악적 형식 중 하나일 뿐, 장르라고 말하기엔 저작권 문제가 있어 어렵다. 다만, 이 장르가 인터넷 마이크로 장르의 조상 취급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일본의 서브컬쳐 문화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나이트코어 음악들은 애니메이션 장면이나 픽시브의 그림을 활용하기 때문에 소위 ‘오타쿠’들이 집중하는 문화였다.
이 둘을 묶은 이유는 둘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사람이 똑같기 때문이다. 바로 Jane Remover라는 아티스트이다. 과거 leroy라는 이름으로 앨범 [Dariacore]라는 앨범을 냈고, 그 앨범명이 그대로 다리아코어라는 장르까지 도달했다. 이 장르는 하이퍼팝의 영향받았지만, 하이퍼팝보다 브레이크비트와 DNB의 요소를 적극 활용하여 보다 하드코어한 음악이 되었다.
이런 다리아코어를 만든 Leroy는 Jane Remover라는 이름으로 3집 [Revengeseekerz]에서 인터넷에 묻혀있던 장르 디지코어를 들고 나왔다. 디지코어는 디지털과 하드코어의 결합으로서 설명할 수 있다. (단, 디지털 하드코어와는 다른 장르라고 많이들 말하는데, 지금 와서는 사실상 비슷한 사운드가 되었다.) Jane Remover는 이번 앨범에서 닌텐도 ds ‘포켓몬스터 DP’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펄기아’의 울음소리를 다수의 트랙에서 샘플링하고 동시에 여러 게임 사운드가 튀어나온다.
이런 Z세대의 음악들은 해외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올해 힙합 앨범 중 최고로 뽑히는 Sik-k의 [K-Flip]에서는 레이지를 적극 활용했다. 또, 떠오르는 신예로 뽑히는 Effie의 경우에는 2hollis가 떠오르는 듯한 극단적으로 왜곡된 사운드의 하이퍼팝을 보여줬다. 이들뿐만 아니라 EK, Sion, 머쉬베놈등 수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이 Z세대의 음악에 큰 영향을 받은 앨범들을 발매했다.
이게 단순히 장르 음악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K-pop에서도 위에서 언급한 인터넷 장르를 활용하는 그룹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아일릿이다. 아일릿은 플럭엔비를 활용하기도 하고, 최근 ‘빌려온 고양이’에선 아예 옛날 일본 애니메이션 OST를 샘플링하여 퓨처 펑크 장르를 선보이기도 했다. Yves 같이 대놓고 하이퍼 팝으로 음악을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앞서 얘기한 인터넷 마이크로 장르와 대놓고 연결성이 있다기보다, Z세대 문화중 하나인 인디슬리즈에서 시작된 Charli XCX의 [Brat]의 영향이 더 크다.
앞에서 언급한 장르나 문화의 목적지는 서로 같다. 노스텔지어. 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그들만의 ‘노스텔지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론을 찾아갔다. 하이퍼 팝, 레이지가 사용한 공격적이며 퓨처리스틱한 신디사이저 사운드는 인터넷 문화가 발전하던 초기 서브컬쳐를 기반으로 발전하던 음악들에 영향받았다. 또, 다리아코어, 디지코어 그리고 플럭앤비의 경우, 2000년대 게임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노스텔지어를 구현했다. 퓨처 펑크는 80~90년대 일본 문화를 동경하는 데서 시작되었으며, 인디슬리즈는 90년대 발생한 일렉트로 크래쉬에서부터 시작된 문화다.
각자의 방식과 시대는 다를지언정 그들이 찾아가려는 곳은 각자의 노스텔지어였다. 그러고 그들의 노스텔지어를 발견한 지점은 일본 문화. 즉 서브컬쳐였고 Z세대가 영향받은 서브컬쳐들은 일본의 ‘버블경제’와 ‘잃어버린 10년’의 문화였다. 그 시기의 일본 서브컬쳐들은 ‘버블 경제’의 화려함, ‘잃어버린 10년’의 암울함,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사이버펑크로 표현되는 근미래의 어두움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노스텔지어’와 ‘미래’라는 두 키워드가 양립할 수 있었다. 그들의 노스텔지어에 있던 문화들은 미래를 지향하던 문화였기 때문이다.
SYSTEM SEOUL이란 팀도, 앞서 계속 말한 ‘노스텔지어’와 ‘미래’를 선보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예시가 되었다. 인스타그램을 보더라도, 각종 인터넷 밈과 윈도우 XP가 떠오르는 그래픽 등으로 자신들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과잉되고 왜곡된 사운드, 거기에 사용된 여러 샘플링이 합쳐져 앞서 언급한 디지코어, 다리아코어, 나이트코어등이 떠오르게 한다.
1,2번 트랙 ‘I need ㅠ’에서는 테일즈위버라는 게임의 OST ‘Second Run’과 윤미래의 ‘그대라는 세상’(푸른바다의 전설 OST)을 샘플링했다. 또, 나레이션은 온갖 드라마의 대사와 검정치마 ‘Flying Bob’의 나레이션을 샘플링하기도 했다. 3번 트랙 ‘Russian Roulette’에서는 제목만 봐도 알듯이, 레드벨벳의 ‘러시안 룰렛’을 샘플링했다. 5번 트랙 ‘I Miss You’에서는 소유의 ‘I Miss You’(도깨비 OST), 6번 트랙 ‘시간을 달리는 소년’에서는 동명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OST를 활용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뿐만 아니라, 악동뮤지션 ‘Be with. You’(달의 연인 OST), 숀 ‘Way Back Home’ 그리고 IKON의 ‘사랑을 했다’까지 모든 트랙에 샘플링이 활용된다. 또, 중간 중간 SFX 사운드로 모두의 마블 게임 사운드가 들어가기도 한다. 2000년대를 겪은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사운드가 굉장히 많이 튀어나오고 이를 통해 ‘노스텔지어’를 생성하려 했다. 유명한 가요들을 활용한 걸 넘어서, 드라마 OST를 활용한 점은 드라마라는 시각적인 콘텐츠와 동시에 기억 속에 기록된 사운드를 통해 ‘노스텔지어’를 폭발적으로 만들어 내는데 효율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Jane Remover처럼 게임 사운드를 활용했던 점도 추억을 일으키기에는 좋았다. 다만, 문제는 ‘이걸 어떻게 활용했냐?’이다.
[SS-POP 2]는 두 가지 상반되는 여론이 있다. 앞 문단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적인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키는 Z세대의 신선한 음악’이라는 측과 ‘그냥 무단 샘플링해서 만든 DJ 셋에 랩 한 거 아님?’하는 쪽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둘 다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한국만의 노스텔지어’를 연구한 부분에서는 큰 점수를 주고 싶지만, 이렇게 통샘플링으로. 심지어 샘플 클리어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발매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샘플링을 사용하는 방식 중 질감을 사용하기 위해 쓰는 방식도 있지만, 결국 음악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방식이 제일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SS-POP 2]는 다리아코어, 디지코어등의 진보된 사운드를 장르적 작법을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단, 유명한 곡으로 이목을 끌려는 의도로서 보이기도 한다.
‘통샘플링해도, 음악이 좋으면 장땡 아님?’이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필자도 ‘통샘플링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느냐?’라고 물어본다면,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숨겨진 의도를 풀어내기 위해서 ‘통샘플’이 필요하다면 그건 동의할 수 있다. 다만, 무단 샘플링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샘플 클리어에 관하여 이들이 언급한 것이 따로 없다. 다만,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K-pop 아이돌의 음악을 통째로 가져다 쓰고, 뿐만 아니라 OST들도 이렇게 사용하는 것을 보면 무단 샘플링에 관한 의심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전 [SS-POP]에서 샘플링이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 앨범은 음원 사이트에서 내려갈 걸 생각하고 소위 ‘어그로’를 끌기 위해 발매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들의 작법, 특히 샘플링에 관련된 사안들은 분명 문제 제기 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 때문에 이 앨범의 평가가 절하되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들이 샘플링을 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 이유는 ‘한국만의 노스텔지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론’중 하나였을거라 생각한다.
장르 음악 씬을 보다 보면, 해외의 가장 트렌디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그대로 가져와 활용하는 방식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힙합씬이 이런 특징이 가장 뚜렷하다. 일리네어가 그 시대 트렌드였던 더리 사우스를 한국에서 선보이고, 한참 미국에서 드릴이 유명할 때 한국 드릴 래퍼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또, 본토 판에 레이지가 등장하자 한국에서도 [K-FLIP]과 같은 앨범이 등장했다. 장르 음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K-pop은 애초부터 해외에서 가장 트렌디한 사운드와 컨셉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습득하여 엄청난 퀄리티의 컨텐츠로 재생산한다. 이런 상황들이 문제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K-pop이든 K Hip Hop이든 ‘K’의 색깔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언어적 차이점, 문화의 내실 때문에 이런 방식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미 영국식 펑크를 한국에 녹여냈던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의 ‘조선 펑크’가 있었고, 미국 래그타임과 재즈에서 발전된 한국형 ‘트로트’도 존재한다. 이런 소위 ‘문화’와 ‘장르’들은 작법적인 형식을 외국에서 수입했다고 하더라도 한국만의 문화와 결합하여 새로운 방향으로의 발전이 있었다.
물론, 국내 아티스트들이 노력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Sik-k의 [K FLIP]의 경우,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알고 있는 여러 대중음악들을 샘플로 활용하여 그들의 앨범 주제 및 트랙의 의미를 관철했다. 머쉬베놈의 [얼]에서도 신바람 이박사, 거북이, 코요태등을 활용하여 ‘얼’이라는 앨범 주제를 향해 의도성이 보이는 피쳐링을 배치했다. 그리고 Effie의 [E]에서는 빅뱅의 [STILL ALIVE]가 떠오르는 오마주를 활용하여 앨범 자켓을 만들었다. 이렇게, ‘노스텔지어’를 중요시하는 Z세대의 음악에서 한국만의 노스텔지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론으로 샘플링과 오마주를 선택했고 이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은 맞다. 그렇기에 옳고 그름을 떠나서 SYSTEM SEOUL도 샘플링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Z세대의 음악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한국의 음악은 이런 흐름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SYSTEM SEOUL의 [SS-POP 2]는 한국 사람들이 동시에 느끼고 있는 일종의 문화적인 아젠다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드라마 OST와 게임 사운드, 또 그 시대를 겪었던 세대가 알만한 서브컬쳐 문화들. 이런 요소들을 음악과 그들의 이미지에 녹여내면서 한국만의 노스텔지어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K FLIP]이 비슷한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으나, 사실상 노스텔지어를 의도해 샘플링을 사용한 트랙은 ‘LOV3’ 한 곡밖에 없다. 또, 서브컬쳐라는 관점 속에서 [SS-POP 2]는 게임 사운드와 게임 OST를 활용해 퓨처베이스등 서브컬쳐틱한 장르를 선보였지만, [K FLIP]의 경우 힙합의 레이지에만 적용한 사례라 차별성이 있다.
물론, [SS-POP 2]는 일본의 문화를 보여주기 위한 재료로 한국적 요소를 약간 차용했기 때문에 의의로서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인터넷이 극단적으로 발전하고, AI까지 생겨난 지금, 더이상 세상과 한국의 문화적 시간 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 이상 MTV에서 봤던 MC 해머의 MV를 보고 춤을 따라 추면서 공부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해외에서 발전하는 사운드와 장비들. 그리고 문화의 배급 속도를 그대로 따라가는 세계화 시대이기에, 더 이상 ‘한국만의 것’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은 한국만의 언어가 존재하고 역사가 존재한다. 이런 요소들이 해외의 트렌드와 결합하면 샘플링을 제외한 방법론으로 만들어진 한국만의 Z세대 음악과 문화가 나타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by. 르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