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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그들에게 아직 큰 무대일까?

SM이 유독 미국 진출에 실패하는 이유

by 고멘트


최근 에이티즈(ATEEZ)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2위에 올랐었다. ‘빅4(SM, YG, JYP, HYBE)’ 소속이 아닌 아티스트가 최초로 기록했다는 것은 더욱 케이팝의 현재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등 빌보드 차트에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가 올랐지만, 여기서 유독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만이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볼 수 있다. 실제, 어벤저스 오브 케이팝으로 불릴 정도로 사기적인 멤버로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SuperM’은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100에 진입하지 못했으며, 미국 시카고 출신의 쟈니, 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마크 등의 멤버가 포함되어 있고 미국 레이블 중 하나인 캐피틀 레코드의 도움을 받았던 NCT 127 역시 빌보드 200에서 11위에 그쳤다. 이처럼 SM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진출을 위한 많은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맞이했다. 과연 이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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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무대의 퀄리티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경험했던 에이티즈와 블랙핑크는 모두 미국에서 가장 큰 음악 페스티벌 ‘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일명 코첼라에서 독보적인 라이브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에이티즈는 한국 전통 민속놀이 ‘강강술래’, 국가 무형문화재인 ‘봉산탈춤’으로 화려하고 타이트한 퍼포먼스 속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 실력을 보여줬다. 이것은 아티스트의 공연을 음향 보정과 live ar없이 그냥 MR로 진행하는 만큼 ‘라이브’를 중요시 생각하는 미국 무대에서는 정말 흔한 일이다. 그만큼 미국시장에서 라이브 공연은 반드시 필요한 요인이며, 케이팝의 본질인 강렬한 퍼포먼스를 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빌리프랩 소속 엔하이픈 역시, 2만 2천 석 규모의 스타디움 미국 공연 매진과 정규 2집 타이틀 곡 ‘XO (Only If You Say Yes)’가 빌보드 200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 아티스트이다. 데뷔 초부터 지속적으로 해외 공연을 돌아 그들의 실력을 증명했으며, 무엇보다 청량부터 몽환적인 콘셉트의 퍼포먼스까지 가능한 만큼 퍼포먼스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데뷔 후 5년이 안 된 2025년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초청이 되었고, 무대가 진행되는 동안 ‘ENCHELLA’(엔하이픈, 코첼라 합성어)가 글로벌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랐다. 특히, 40분가량의 무대 시간 동안 멘트 없이 거의 계속 무대를 이어갔으며, 갑자기 나오는 멤버들의 애드리브와 음악을 뚫고 들린 숨소리는 AR이 아닌 ALL라이브임을 증명했다. 이처럼 케이팝 아티스트가 미국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 라이브 실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 ABC 대표 아침 방송 ‘굿모닝 아메리카’(GMA)에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에스파는 타이틀곡 ‘리치맨(Rich Man)’을 선보였지만, 립싱크 논란을 맞이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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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외부 작업진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 본인들이 음악을 만들어 아티스트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 역시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트레이 키즈는 프로듀싱 유닛 쓰리라차(방찬, 창빈, 한)이 포함되어 있으며, 데뷔곡부터 모든 곡의 작사, 작곡, 편곡 작업을 했다. 그 때문에 그들의 음악은 데뷔 전의 고민과 방황 등 진솔한 감정이 들어가 있다. 이런 음악성을 바탕으로 2022년 미니 앨범 《ODDINARY》부터 시작해, 2025년 정규 4집 《KARMA》에 이르기까지 7개 앨범을 연속으로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故 샤이니 종현 이후에는 직접 작사 작곡이 가능했던 그룹이나 멤버는 특별히 없었다. 과거 다른 기획사 소속 빅뱅, 블락비가 직접 작사 작곡을 했었지만, 사랑과 이별 또는 본인들의 ‘멋’을 노래한 그들과 달리 스트레이키즈는 본인만의 솔직한 얘기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각박한 현실에서 오히려 자신들을 믿는 것을 노래한 ‘MIROH’와 연습생 때 그들의 불안한 감정을 ‘Hellevator’의 가사 속 담았고 특이한 애들 중 가장 별나고, 특별한 애들 중 가장 빛난다는 본인들의 메시지를 담은 ‘특’처럼 솔직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진실된 본인들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큰 성공을 가장 먼저 맛본 방탄소년단 역시 데뷔 초 타이트한 퍼포먼스로 유명했다. 멤버 슈가가 진행했던 ‘슈취타’에서 세븐틴 호시가 언급했듯이 일회성 무대로 끝나는 시상식 퍼포먼스도 따로 안무 연습 영상을 만들 만큼 데뷔 초 그들은 힙합과 군무에 진심이었다. 이러한 결과로 방탄소년단은 2014년 LA케이콘에서 멋진 퍼포먼스로 미국 시장에 눈도장을 찍었으며, 2015년 《화양연화 pt.1》의 수록 곡 ‘쩔어’의 안무 영상이 유튜브에서 리액션을 전문으로 하는 유튜버들에게 반응을 일으켰다. 그렇게 인기를 얻기 시작한 방탄소년단은 편견과 억압을 우리가 막아내겠다는 그룹명처럼 10대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힘든 일을 솔직한 가사로 적었고 ‘나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LOVE YOURSELF 承’시리즈를 발매하기 시작했다.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상상 속 공간을 표현한 'Magic Shop’처럼 따뜻한 가사로 팬들에게 감동을 주면서 모든 10대 20대가 겪는 자존감을 공감해 주었다. 이러한 메시지를 본인들이 직접 작곡 작사 했기에 더욱 진실성 있게 들릴 수 있던 것이다. 또한 데뷔 초 ‘BANGTAN LOG’라는 테마로 멤버들의 일상을 전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로 리더 RM이 자아정체성에 대해 유튜브를 통해 이야기하며 팬과 소통해 나갔다. 뿐만 아니라 멤버들끼리의 의견 갈등부터 멤버 간 부족한 부분을 서로 도와주는 과정까지 함께하며 완벽하지 않은 이들의 성장 과정에 공감하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하며 팬덤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그 당시 유튜브는 한국에서 인지도가 있지 않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유튜브에 친숙했기에 틈새시장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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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지나치게 본인들이 ‘아이돌’임을 강조하는 SM엔터테인먼트의 방식과 차별성을 보인다. 잘생긴 남자, 예쁜 여자들은 모두 SM엔터테인먼트 지하 연습실에 있다는 말이 있었듯이, SM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주얼이라 생각해 결과적으로 S.E.S 유진을 시작으로 aespa 카리나까지 이어지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비주얼 아이돌을 만들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미국 시장에선 단순 비주얼이 인기의 시작이 된 경우는 없었다. 비주얼 보다는 실력, 그 외 솔직한 감정 전달 등 다른 요인이 화제가 되어 인기가 시작되고 비주얼은 2차 아니 3차적 요인이 된 것이다. EXO부터 시작된 구체적인 스토리가 없이 진행된 복잡한 세계관도 미국 진출의 실패 원인이다. 앞서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承’ 시리즈를 보더라도 복잡하고 화려함 보단 솔직하고 진실됨을 선택했다. 이것은, 단순 멋으로 승부를 봤던 구체적인 스토리가 없는 SM엔터테인먼트와는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 작곡가들을 섭외했지만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R&B, 힙합 위주의 퀄리티만 높은 음악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확실하게,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레이지(Rage) 장르를 노골적으로 가져 빅히트 뮤직 소속 CORTIS와 라틴 장르를 가져왔던 FNC엔터테인먼트 소속 P1Harmony이 선택한 전략과 반대인 것이다. 노골적인 전략이지만 미국시장에서 유행하는 문화, 메시지, 장르를 일부 차용하는 것 역시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 해외 작곡가들을 섭외했으면 한국인 입맛이 아닌, 대놓고 해외를 저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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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SM엔터테인먼트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언급된 미국진출을 위해 필요한 라이브 실력, 작사 작곡 능력, 공감 포인트 공략 등의 요인이 필요하다. 여기서 NCT DREAM을 케이팝 조기 교육의 성공 사례로 부르는 만큼 사실상 SM엔터테인먼트는 차별적인 실력을 갖춘 아이돌을 많이 배출해왔었다. S.E.S.의 바다부터 내려왔던 보컬 강자와 H.O.T.의 장우혁부터 내려왔던 퍼포먼스 장인들 사실상 SM엔터테인먼트를 실력으로 비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이미 검증된 실력을 바탕으로 좀 더 작은 무대라도 좋으니 천천히 그들의 실력을 증명하면서 올라갔으면 좋겠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라이즈가 11월 4일 월드투어 美 아레나 공연을 취소했다는 뉴스 기사가 나왔다. 팬들은 이번 공연 취소가 저조한 예매율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 공연이 2주가량 남은 상황에도 좌석 대부분이 예매 가능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것의 가장 큰 문제점은 2023년 데뷔한 2년 만에 라이즈가 처음부터 바로 아레나 입성을 도전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에이티즈가 美 아레나 투어를 도는 것은 데뷔 4년 후인 2022년이고 블랙핑크 역시 데뷔 6년 후인 2022년 7개의 미국 도시에서 아레나 투어를 돌았다. 여기서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 아레나 투어를 돌기 전 북미나 다른 지역 투어를 먼저 돌고 그들의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라이즈는 아무런 투어 없이 바로 미국에 도전했다.


케이팝의 인지도가 미국보다 높은 일본에서는 더욱 많은 아이돌이 아레나 투어를 돌지만, 빅뱅 대성이 진행하는 ‘2세대 아이돌 정상회담 | 집대성 ep.09’에서 (전) 동방신기 출신 시아준수와 함께 말한 것처럼 투어를 돌기 전 적은 팬들을 대상으로 공연과 팬 사인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케이팝 아이돌이 쉽게 일본을 진출하는 것 역시 그들이 이처럼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라 언급했다. 이처럼 큰 투어나 공연을 위해선 반드시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성공했다 보여 줄 수 있는 증거는 빌보드를 포함한 음원 차트 성적과 현지에서 얼마나 크게 콘서트를 진행했는지 여부이다. 하지만 미국 음악 시장에서 K팝의 비율은 3%의 불가하다. 오죽하면, 미국 현지화 그룹 KATSEYE가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에서 케이팝을 듣는다고 괴롭힘을 당한다는 팬의 현실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케이팝을 소위, 장르 음악으로 생각하는 미국 시장의 진출은 절대 한 순간에 될 수 없다. 방탄소년단이 LA를 찾아가 그들을 소개하고 힙합을 배운 것처럼, 에이티즈가 데뷔와 동시에 미국에서 각종 공연에 참석했던 것처럼 더 작은 곳을 먼저 두드리고 그들을 증명하는 것이 더 먼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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