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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짐작 해보기

- 회사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때 처음 뭘 해야할까?

by 걷는사람

어떤 새로운 상황이나 문제에 직면했을때 처음 그 실태를 가늠하거나, 대략치를 추정하고 규모를 어림짐작해보는 것은 꽤 유용하다. 이를 휴리스틱, 혹은 어림짐작 해보기라고 한다.




행동경제학을 설파한 책 '넛지'에 따르면 휴리스틱(heuristics) 혹은 어림짐작 해보기란 복잡한 과제를 아주 간단한 판단 작업으로 단순화시켜 의사 결정하는 접근, 혹은 경향으로, 논리적 근거가 아닌 '어림짐작'을 통해 답을 도출해내는 접근을 말한다. 흔히 휴리스틱은 '어림셈', '경험법칙', 대충 그려보기 등으로 번역한다.


우리는 처음 접하는 문제나 상황에 대해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판단도 내리기 어렵다. 이때 섯불리 논리적 추론을 하기보다 경험적이고 직관적인 사고 체계를 이용해 단순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는 단순화 전략을 쓰게 된다. 이는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인간의 인지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습관 혹은 현상이다. 특히 시간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효용을 극대화할 최적의 선택을 해야할 때 주로 발생한다.


어림짐작 해보기는 한편으로는 빠른 의사결정이나 판단, 게스를 해야할 때 대략치나 경험법칙을 근거로 결정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결정 까지는 아니고 상황을 빨리, 대략 인지할 때 유용한 팁이다.


어림짐작 해보기


먼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야할 때 사람들은 경험에 의한 주관적 확률을 하는 경향이 있다. 어림짐작, 대충 가늠해보기, 즉 heuristic 이라고 하는데 보통 어떤 집단의 대표성을 토대로 다른 것을 어림짐작 한다. 어림짐작 (주관적 판단)의 방법 3가지는 대표성, 회상 용이성, 기준선 설정이다.


얼핏보기에 훌륭한 농구선수, 훌륭한 정치인, 간호사, 야당정치인 등. 통계 전문가도 이런 어림짐작의 주관적 확률에 근거해 인식하게 된다. 휴리스틱 접근 혹은 어림짐작을 토대로 하게되면 우리 각자의 경험적 실수가 개입할 수 있다.

저 말이 왠지 잘달릴거 같아. 저말에 베팅해야지.
저사람은 왠지 훌륭해보여. 저사람에게 투표해야지.

이런 심리적 경향 때문에 인간은 체계적인 인지적 실수를 하게되는 것다. 다만 행동경제학에서는 이것을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러는지를 설명한다. 인간의 고유한 인지적 특성, 체계적 판단 미스가 왜 나오는지를 말할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시간이나 판단근거가 제한될때 유용한 접근이 되어왔다.


어두운 밤에 혼자 마을의 가장 끝에 있는 집으로 걸어가고있는데, 한 남자가 차를 태워주겠다고 접근하면 어림짐작으로라도 의심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우리 인간은 위험에 대비하고 생존을 위해 의심스런 상황에 대해서는 다소 과하게 짐작하고 거부하도록 진화해 왔을 수 있다.


어림감정 해보기


다른 한편, 결정까지는 아니고 수준이나 실태를 대충 가늠해보는 어림감정(Rules of Thumbs) 해보기도 실생활에서 매우 유용하다.


우리는 처음 뭔가를 짐작할 때 일정한 기준선을 설정하게 된다. 예를 들면 강릉에 가뭄사태가 심해 급하게 식수 지원이 필요한데 이것이 어느 정도 규모냐라고 할때 첫 단계에선 어림짐작이 필요한 것이다.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려면 최소 몇일이나 1주일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확한 추계가 다 끝난 다음 행동을 시작하게 되면 지원차량, 급수 순서, 지원인력, 예산 등 필요한 준비가 늦어질 수도 있다. 이럴때 담당부서나 관계자들이 처음 모여 얘기를 해보면서 대략치를 추정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략치가 1인당 1일 생수 (2리터)2병*1주일로 보고, 인구수로 곱하면 당장 대략치를 알수있다. 강릉 인구가 만약 10만명이면 10만*14병 = 140만병(2리터)이 된다. 그러고 나서 택배회사에서 2리터 생수 6팩짜리를 한번 배달할 때 트럭에 최대적재 생수가 몇병인지 확인해본다.


이런 식으로 처음 앉은 자리에서도 대략치로 어림감정을 해보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 트럭 몇대가 주변지역에서 몇번만 왔다가면 되는 일인지, 아니면 더 크게 매일 트럭 수십대가 오전오후 주기적으로 와야하는 것인지 얼른 가늠해볼 수 있다.

대략 어느 정도일까?
얼마나 클까?
얼마나 걸릴까?

어림짐작은 사실 나중에 정확한 추계를 받아보면 한참 다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문제를 접했을때 단 십분만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어림감정해보는 것은 정말 유용하다. 처음 브레인스토밍 혹은 최초 상황판단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담당자, 관련부서,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대략 어느정도일까요? 대충 얼마나 필요할까요? 시간이 많이 걸릴까요?하고 손가락을 사용하여 대충 짐작해보는 시간을 가져봐라. 그러면 어차피 잘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보태며, 이것저것 고려할 요소를 끄집어온다. 여기서 앞으로 점검하고 확인할 요소 factors를 식별할 수 있게된다. 생수, 인구수, 트럭 뿐만이 아니라, 전달 배급루트, 생수의 보관기한, 도로사정, 날씨 등도 검토요소로 올라온다.

어림짐작. 얼핏 무책임해보이지만, 대략이라도 범위와 기준을 잡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유용한 출발점이 될수있다.

이것이 바로 처음부터 어림짐작을 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가급적 이과정에서 어림짐작의 기준선을 어느 정도 현실에 가깝게 몰아가면 더 좋다. 어떤 정부든 정책설계시 기준선을 원하는 방향에 가깝게 처음부터 설정하는 것이 좋다. 어림짐작. 얼핏 무책임해보이지만, 대략이라도 범위와 기준을 잡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유용한 출발점이 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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