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완 Sep 17. 2023

일기

나를 돌아보는 시간


내가 신앙을 한지 어언 17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그렇게 오래 신앙생활을 했는데 성격이 유해지진 못하고, 언제부터인가 완벽주의에 까탈스럽고 예민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결점을 드러내기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대학에 들어가서 선교 동아리에 가입하고 활동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메타버스로 예배를 드릴 거라고 했을 때 목자와 왜 싸웠는지 참 후회된다. 그냥 그렇구나 하면 됐는데, 내가 너무 나의 가치관에만 빠져 산 것은 아닌지 그때를 되돌아본다. 선교 동아리의 활동이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것은 당연한 것인데, 내가 너무 고지식했던 것 같다. 목회자가 맘에 들지 않으면 트집 하나 잡아서 권위에 도전하려고도 했다. 교회가 작으면 작은 대로 문제가 있고, 크면 큰 대로, 어중간하면 어중간한 대로 문제가 있고, 지역의 특성에 영향을 받고, 시대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공동체를 욕하니 그곳에 발걸음을 옮기는 나에게도 욕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자해를 하고 있었다. 기준이 확고하니 율법주의자가 되어 버렸다. 나에게 결점이 많으니 회피하기 위해 외부로 잣대를 옮긴 게 아닐까. 하지만 군대에 입대하고, 어느 때부터인지 내 마음속에 누군가를 판단하는 잣대를 없애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더 이상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고, 그런 것이 나를 갉아먹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박 나갈 때 새로운 시도를 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했으며, 죄를 멀리하지 않고, 죄 속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선과 악의 그 두 사이를 연결했을 때 비로소 중간을 알고 그 미지근함을 선택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사이를 줄다리기하는 존재가 된다면, 나도 남을 정죄하지 않게 되겠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클럽에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죄에는 정도가 없는 것 같다. 나보다 더한 사람은 세상에 널렸고, 나는 그렇게 제약 없이 노는 것이 부러웠던 것 같다.


결론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게 제일인 것 같다.


국군중앙교회에서 TEE 소모임을 하고 있다. 마지막 모임을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이제 수료를 앞두고 있다. 작은 책자로 교리를 공부하고 책에 제시된 질문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서로 나누는데 나름 도움이 많이 되었다. 타인의 신앙을 들으니 내 신앙이 조율이 된다. 신앙에도 음정이 있어, 조율이 필요한 것 같다. 하도 삑사리가 나니 나도 힘들고 옆 사람도 힘들어지는 것처럼, 나만의 신앙에 빠지면 나의 마음이 딱딱해지고, 그래서 옆 사람도 힘들어지는 것 같다. 이래서 공동체가 중요한 것일까? 성경을 읽으라 해서 읽다 보면, 나만에 생각에 빠져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신학을 공부해도 내가 절대음감이 아니라서 다른 음을 듣고 조율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그만뒀다. 신학을 할수록 고지식해지고, 교만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 좀 읽니 하면 안 읽는다고 말한다. 읽어보라고 하면 노력해 보겠다고만 하는 것이다.


군교회에도 불만이 많은데 군 특성상

다니거나 말거나 지

다른 교회로 옮긴다는 선택지는 없다.


개신교는 좋은데 교회가 싫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동그래질 필요가 생긴 것 같다.

그래서 군에 입대한 것 같다.

시간이 그렇게 흐른다.

결국에는 나의 뾰족한 부분이 깎여야 한다.


2023.09.17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공군 상병


p.s.

후임 중에 열심히 해도 미운 애가 있는데, 이젠 미운 정이 들어서 그냥 좋은 것 같다.

그 친구가 교회에 잘 적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빈다.

작가의 이전글 누구보다 강한 그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