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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생존일기 - 신제국주의 배민 쿠팡 요기요

자영업자 수탈에 진심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그리고 요기요

by 달달 Jan 26. 2025

시험기간이나 방학처럼 매출이 주기적으로 떨어지는 동안에 월세라도 벌어보고자 시작했던 배달장사였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기대 이상으로 나오는 매출에 기뻐했고 열심히 준비한 보상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다 한창 잘 되던 배달 장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나는 정말로 억울했다. 맛이 없다거나 준비가 부족했다거나 하는 순전이 나의 잘못으로 배달 장사를 그만두게 된 거라면 그나마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분명 내 잘못이 아니었다. 장사가 안 되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일해도 남는 게 없으니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때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의 다른 자영업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처음 배달 플랫폼들은 서로 자기네 플랫폼에 입점하도록 온갖 혜택과 쿠폰으로 자영업자들을 꼬드겼다. 쿠팡이츠에만 입점해 있다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여러 혜택을 주겠다며 자기네 플랫폼에도 입점을 요청하기도 했다. 마치 입주를 앞두고 비어있는 상가들을 채우려는듯 처음 플랫폼 기업들은 자영업자 모시기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입점을 하고 난 다음에는 운영 규정이라면서 다른 플랫폼과 음식 가격을 동일하게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플랫폼마다 수수료가 다르기 때문에 메뉴의 가격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가격을 다른 플랫폼과 동일하게 하지 않으면 쿠팡이츠에서는 '와우 혜택' 표시가 사라질 수 있다느니, 배달의민족은 '배민 클럽'에서 제외된다느니 하는 부드러운 협박을 했다. 쿠팡이츠의 와우 혜택과 배달의민족의 배민 클럽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더이상 손님들에게 노출이 되지 않거나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되어 주문이 들어오지 않게 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플랫폼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한발더 나아가 배달의민족은 수수료를 점점 올려나갔고, 고객에게 배달료를 얼마나 받을지 결정할 권한도 빼앗아갔다. 플랫폼 기업들은 나만 빼놓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원래 내 것이었던 것을 가져가려고 서로 작당모의 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흡사 제국주의 시절 서로 다투어 한 뼘이라도 식민지를 넓히고 수탈하려 혈안이 된 약탈자의 모습이었고 구한말 조선의 광산과 항구 그리고 철도와 토지를 가지고 서로 자기가 가지겠다는 열강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점차 영향력이 강해진 배달 플랫폼이 주도하는 자영업 생태계는 이전과 다르게 바뀌어갔다. 전통적으로 장사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은 맛과 수준 그리고 입지, 마케팅 같은 것들이었다. 이제까지 자영업들은 이것들에 충실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의 힘이 강해지고 난 다음에는 누가 플랫폼 업체에 많은 돈을 지불하는지가 매출을 결정짓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제까지 중요했던 맛이라던지 입지라던지 하는 것들은 플랫폼에 많은 광고비를 내고 난 다음 생각할 요소로 전락했다. 애초에 플랫폼 기업에 상당한 광고비를 상납하지 않으면 내 가게가 배달 어플리케이션 이용자에게 보이지 않으니 아무리 맛이 있어도 고객들은 우리 가게에서 주문을 할 수도 없었다.


괴씸했다. 처음에는 낮은 수수료와 적은 비용으로 입점해 장사를 시작하라고 유혹하더니 점점 사람들이 배달 플랫폼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수수료를 올리고 배달료를 자영업자에게 전가시키고 이전보다 효율 낮고 돈은 많이 드는 광고 시스템을 도입했다. 요즘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그리고 요기요가 서로 대치하고 경쟁하는 것 같은 모습들이 뉴스를 통해 보도된다. 주로 플랫폼 업체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어렵게 된 것에 대해서 서로 남탓을 하는 식이다. 무료 배달과 최혜 대우 요구(다른 플랫폼과 가격을 동일하게 해달라는 것)를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자기네는 상대방에 대응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듣자니 기가 차기도 하면서 이 모든 게 약속대련이 아닐까 의심도 든다. 결국 무료배달로 시작한 플랫폼 기업들의 점유율 전쟁에서 어느 누구도 패자는 없기 때문인데 기업들은 무료배달을 통해서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배달 플랫폼으로 끌어들여 결국 시장 전체의 규모가 커지고 매출과 순이익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무료배달 정책의 진실은 배달료는 자영업자가 내는 것이고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단 한 푼의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 것인데 온갖 생색은 플랫폼 기업이 내면서 시장의 규모를 넓히고 수천억의 순이익을 얻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그리고 요기요는 메타버스 세계의 조물주가 된 것 같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는 유동인구와 접근 편리성에 따라서 입지가 정해지고 임대료가 결정된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이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더 많은 광고비를 지불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위치에서 영업하도록 가게를 어플리케이션에서 잘 보이게 배치하고, 광고비를 내지 않는 사람들의 가게는 첩첩산중 시골 오지와 같은 곳으로 밀어냈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산골짜기에 가게를 차리면 장사가 잘 될 리가 없으니 장사를 하려면 반드시 광고비를 내야만했다. 플랫폼 기업은 결국 조물주처럼 가상의 메타버스 세계를 만들었고 수백만 채의 건물을 가진 주인처럼 광고비에 따라 수많은 가게를 여기에 두었다가 저기로 옮기기를 반복했다.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지금의 규모와 매출을 올리게 된 건 분명 입점한 자영업자들의 기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플랫폼 업체는 입점 업체 수를 늘리고 자신들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에는 혼신의 힘을 다하는 반면에 입점 업체를 향한 명예훼손이나 권리 침해에 대한 보호는 방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배달을 하고 난 다음 가게에 별점과 리뷰를 남길 수 있다. 업체의 맛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는 당연하다. 누군가는 작성된 리뷰를 보고 주문을 할지 말지 결정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뷰는 자영업자에게 매우 중요하고 그만큼 신경도 많이 쓴다. 소비자는 가게에 부족한 부분을 적을 수도 있고 그 리뷰를 본 자영업자는 가게 운영에 반영할 수도 있다. 이건 누구나 예상했던 리뷰와 별점의 순기능이다. 그러나 모두가 정상적인 리뷰와 별점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유머랍시고 배달 어플리케이션에서 닉네임을 '1점만 주는 사람'이라고 지은 사람은 아무리 맛있는 가게여도 별점을 1점만 주고 리뷰에 맛있게 먹었다고 적는다. 본인은 유쾌한 컨셉이라고 혼자 낄낄 거릴 수 있으나 그런 별점을 받은 사장님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허탈함을 느낀다. 나는 고객에게 리뷰를 달아주겠다는 이벤트로 타코야끼 1알을 서비스로 주곤 했다. 그게 내가 적어 놓은 이벤트의 전부였다. 그러나 적어 놓지도 않은 사이드 메뉴인 감자튀김을 리뷰 이벤트로 달라고 하는 고객도 있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감자튀김을 보내주었다. 내가 보내지 않았으면 그 고객은 안 좋은 리뷰를 달고 낮은 별점을 달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만일 나쁜 의도를 가지고 쓴 리뷰가 달려도 입점 업체들이 할 수 있는 건 매우 한정적이다. 배달의민족에 리뷰를 가려달라고 요청을 할 수는 있겠으나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그 리뷰가 나타나는 식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아무리 악의적인 리뷰라도 직접 쓴 사람이 아니면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이런 시스템을 악용해 근처의 다른 경쟁 가게에서 악의적인 리뷰를 다는 경우도 적잖게 있다고 한다. 아직도 플랫폼 기업들은 매달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광고비와 수수료를 받으면서 정작 입점 업체가 당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편이다.


내가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는 기업들의 행태가 있다. 바로 노동자들을 업신여기고 마치 버튼 하나로 교체 가능한 부품정도로 취급하는 모습들이다. 사례들은 많지만 그중에서 악질은 SPC이다. 파리바게뜨와 삼립, 배스킨라빈스 그리고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SPC는 아주 오래전부터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 왔음에도 아직까지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SPC는 평택 공장의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하고 불과 8일 후에는 성남 공장에서 손가락 끼임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산업재해가 일상화되어 있는 곳이다. 원래 SPC의 산재 사고자는 2017년에 4명으로 보고되었으나 2021년 147명으로 늘어났다. 산재 사고 보고가 늘어난 것은 갑자기 SPC의 노동 환경이 위험해진 게 아니라 2017년 노동조합 설립 이전에는 쉬쉬하고 묻어온 것들이 노조가 설립되고 나서 제대로 신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일도 결국 조용히 가려졌을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이후 노조는 기본적인 권리를 회사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는 SPC에게 점심시간 1시간 보장과 아프면 휴가 쓸 권리의 보장을 요구했고 노조 지회장은 단식을 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처음 회사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다가 3주 차에 단식 중인 지회장에게 비타 500을 주고 갔다고 한다. 단식을 하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조롱과 멸시라고 밖에 볼 수가 없었다. 비슷한 시기 휴식 시간에 간식을 요구하던 SPC 공장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것은 충격적이었다. 마치 싫어하는 상대에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준다는 걸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은지 커다란 재활용 봉투 같은 봉투에 빵이 수십수백 개가 뒤섞여 담긴 채로 제공된 것이다. 간식 뒤에는 빵을 담는 트레이가 멀쩡히 있음에도 그렇게 준 것이었다. 몹쓸 감정이 고약한 태도로 나타났음에도 마치 상대가 오해한 거라는 식의 반응은 정말로 구역질이 났다.


쿠팡은 또 어떤가. 14개월 동안 밤을 새고 매주 73시간 21분을 일했던 사람이 결국 과로로 죽었다. 쿠팡에는 '개같이 뛰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결국 세상을 떠난 정슬기 씨의 이야기다. 슬기씨의 과로사 이후에 쿠팡은 산재처리를 할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거기에다가 아직도 쿠팡은 택배기사 과로노동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에 참여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도 쿠팡은 할당된 배송 물류를 정해진 시간인 오전 7시까지 마치지 못한 기사에 대해서는 배송 지역이 박탈되는 규정을 업체들에게 들이밀며 압박을 하고 있다. 쿠팡이 봤을 때 지쳐 효용이 안 나오는 배송 기사는 언제든 교체할 준비가 된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자기 플랫폼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에게 하는 행태도 다르지 않다. 이제까지 전통적인 기업들의 악행이 상대적으로 소수인 기업 구성원에게만 적용되었다면 이제는 플랫폼 기업에 입점한 수십만 명의 자영업자에게 적용되어 규모가 커졌을 뿐이다. 철저하게 의도는 숨긴채 결국 의도한대로 이루어지면 사람들의 오해라고 손사레치는 모습. 자신의 플랫폼에 입점한 자영업자를 교체 가능한 부품 정도로 여기는 모습은 전통적으로 악질 기업들이 구성원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소비자가 배달의민족에서 주문할 때는 세 가지 방식 중에서 하나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택하게 된다. 첫째는 가게에서 음식을 만든 다음에 가게에서 부른 배달대행업체에서 배달을 하는 '가게 배달(울트라콜)'이고 두 번째는 첫 번째와 방법은 동일하나 주문건당 6.8%의 수수료가 자영업자에게 부과되는 가게 배달(오픈리스트)이다. 마지막으로는 배달의민족에게 4천억 원의 이익을 주며 흑자 전환에 성공하게 한 '음식 배달(배민1)'이 있다. 원래 배달의민족은 가게배달(울트라콜)만 있었다. 매달 깃발 하나당 8만 8천 원만 내면 주문이 많던 적던 수수료는 없었다.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더 멀리 그리고 더 많은 곳에 노출시키고 싶다면 깃발을 여러 곳에 세우는 방식으로 가게 사정에 맞게 깃발을 꽂았다. 그다음 오픈리스트와 배민1을 도입하는 것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것이었으로 이윤을 남겨야하는 기업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만 했다. 그러나 도입 과정과 방법이 문제였다.


처음 배달의민족은 가게배달(울트라콜)을 애플리케이션에서 사람들의 손이 가지 않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바꿨다. 대신에 주문마다 수수료가 부과되고 수익성이 좋은 가게배달(오픈리스트)과 음식배달(배민 1)은 애플리케이션을 켜자마자 눈에 띄도록 배치했다. 주문당 수수료가 없는 가게 배달로 주문이 가지 않도록 배치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배달의민족은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누가 봐도 수익이 덜 나는 기존의 방식을 무너뜨리고 수익이 더 많이 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유도하고 있었다. 이후 배달의민족은 울트라콜 방식 자체를 폐지하기에 이른다. 이번에도 토끼눈으로 손사래 치며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라는 식의 대응으로 입점 자영업자들을 기만하는 것처럼 보인다. 배달의민족이 독과점의 지위를 차지하자마자 수수료를 올리고. 수수료를 더 받아내기 위해서 꾸민 일련의 술수는 너무 당당하고 뻔뻔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더이상 배달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희망은 없다. 하루 12시간 꼬박 노력해서 한 달에 천만 원 2천만 원 매출을 올리며 소위 잘나가던 사장님조차도 수익이 반의 반토막이 나 200만 원도 채 못 버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도 점포 매매 사이트에서는 하루에 수십 곳의 새로운 가게가 권리금이 없는 땡처리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나는 코로나로 가게를 열지 못하던 동안에 어떻게든 폐업만은 막기 위해 가게를 닫고 다른 일을 했었다. 그중에는 배민 커넥터와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를 하기도 했는데, 둘다 배달 플랫폼에 들어온 주문을 배달하는 프리랜서 배달 기사였다. 배달 대행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자동차와 도보 중에서 선택해 배달을 할 수 있었는데 나는 자동차로 배달을 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배달하는 기사들은 도로가 미끄러워 사고가 날 가능성도 높고 평소보다 체력적으로 힘이 들기 때문에 쉬는 경우가 많아서 배민이 정해준 배달 단가가 높은 편이었다. 차로 배달을 하는 나에게는 분명 장점이었다. 처음 배달 플랫폼들은 기사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 비나 눈이 오는 날이나 오후6시부터 8시까지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는 보상으로 보너스 수당을 주기도하고, 하루 몇번 이상 배달을 한 기사에게는 추가로 보상을 주었다. 모두 자기 플랫폼에 소속된 배달 기사의 숫자를 늘리기 위한 유인책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배달 대행 기사들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동안 자리를 잡게 된 플랫폼 업체들이 배달 단가를 점차 낮추고 있고 4천 원 5천 원 수준이던 배달 단가도 2천 원에서 3천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거기다 배달의민족은 무료배달을 도입하면서 자영업자들에게는 배달료 결정 권한을 빼았으면서 자영업자에게만 배달료를 부담하게 하고 소비자에게는 배달료를 받지 않으니 배달 대행 기사들의 단가도 낮아지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영업자와 배달 대행 기사들만 피해가 있지 당장 소비자는 배달료를 내지 않으니 좋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음식 가격을 올리고 배달 대행 기사들은 한번에 여러개의 주문을 한데 묶어 배송하게 되니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는 건 물보듯 뻔하다. 상황이 악화되자 자영업자들은 한 목소리로 배달의민족이 문제라고 한다. 배달 기사들도 배달의민족이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은 모두 오해라고 한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뻔하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때까지 정부는 어디에 있었을까. 2022년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자율규제를 이야기하며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방치했다. 그러나 자율규제의 결과는 플랫폼 기업의 잔인한 욕망으로 공생보다는 약탈에 가까운 기업 운영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공적 권한을 가진 정부가 건강한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위해 개입해야 할 때이다. 유럽연합(EU)은 주요 플랫폼 업체의 ‘갑질’을 차단하는 내용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제정해 이미 시행에 들어갔으며, 일본도 비슷한 내용의 플랫폼 규제법을 시행 중이다. 정부는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을 통해 대부업체의 법정 이자를 연 20%로 제한하고 있다. 모두 국민경제생활의 안정과 경제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이다. 2002년 66%였던 법정이자 제한은 경제 상황에 맞게 조정되어 지금의 20%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전체 국민과 600만 자영업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물가에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권능을 통해 제한되어야 한다.


 영화 타짜에서는 장독식이 함대길에게 '마른오징어에서 엑기스 나오는 거 아세요?'라고 말한다. 끝까지 함대길 돈을 밭아 내겠다는 장동식의 악랄한 모습을 보여주는 명대사이다. 결국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그리고 요기요가 증명했다. '해보니까 마른오징어에서 엑기스 나오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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