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전시를 앞두고 느낀 두려움과 설렘
한 주를 돌아보니 막막함이 가장 강하게 남았다. 해야 할 일과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난 오히려 게임을 켜고 과자를 집어 들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곱씹다 보니, 문득 ‘무기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어쩌면 ‘공허함’이나 ‘목적 상실’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그 반대편엔 ‘새로운 시작’이라는 진실이 숨어 있었지만, 난 아직 실감하지 못했다.
20~30대에는 산적한 문제를 헤쳐 나가려고 고민도 하고, 수많은 도전도 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이 기대만큼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한 뒤로, 어느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비적인 행동만 반복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지금 나는 책 출간과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정말 좋은 일인데, 동시에 무섭다. 오랫동안 인생 목표였던 두 가지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니 ‘이 다음’이 없을 것 같아 두렵다. 친한 지인은 이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하지만, 난 아직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
이혼을 앞두었을 때도 비슷했다. 그때도 두려움 때문에 오랜 시간을 망설였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했다. 그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의 감정은 거짓이라는 걸 안다. 책 출간과 개인전은 내 인생 목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장 티켓이다.
이 글을 쓰면서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던 내 모습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그 감정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꿈을 이루는 길목에서 막막함과 무기력을 느껴본 적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