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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자 Oct 21. 2024

온 우주가 돕고 있어

그것이 내가 지금 진창에서 구르는 이유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40대 육아 휴직자인 나 따위를 온 우주가 돕고 있다니, 이것이 요즘 소위 말하는 ‘원영적 사고’인가? 어젯밤 내가 만약 책을 낸다면 제목을 뭘로 지을까 고민하다 영감처럼 떠오른 문장인데, 떠올리고 나서도 ‘이 무슨 자의식 과잉이람.’ 하 피식 웃었다. 하지만 정말이다. 매일매일 버겁게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득 인간과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무언가의 존재들‘이 나를 돕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러면 또 누군가는 이게 무슨 사이비 종교 같은 이야긴가 하며 뒤로 가기를 누를 수도 있겠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기애가 넘치는 이야기도, 사이비 종교 같은 이야기도 아닌 오히려 진창에서 고통받으며 하나씩 내 알껍질을 깨나 가는 이야기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들이 여러 번 찾아왔음에도 어쨌든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고, 삶의 극적인 순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조력자, 책, 강의 등을 만났기에, 이것이야말로 우주 무언가의 도움 아니고 무엇일까.


달에는 빛나는 앞면과 동시에 그늘진 뒷면이 있듯, 사람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 나라는 사람을 이력서에 적힌 내용이나, 내가 가진 환경으로 판단한다면 평범한 온실 속 잡초쯤은 될 것 같다. 명문대학교, 대학원 졸업장을 가졌고, 남편과 같은 대기업에 종사하여 맞벌이 중이며 사랑스러운 두 아들이 있고 노후대비가 된 건강한 양가 부모님이 시다. 그런데 왜 나는 진창에서 구르고 있다 표현을 하고 있고,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 할까? 무난한 삶의 처지마저도 스스로를 비난하는 재료로 사용하며 말이다. 감사와 만족을 모르는 철부지’,‘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잘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약하기 짝이 없다.’등등.


고통이 고통인 줄조차 모르고 있다가 40세를 맞아 주변의 권유를 받아 찾아간 정신과에서는 나의 어두운 뒷면을 ‘불안 특징이 동반된 주요 우울장애’, ‘수동공격 인경장애 이름 붙여 주었다. 더불어 ADHD와 기면증을 진단받았다. 아, 어쩐지.. 나는 내 삶에 대해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에 시달렸는데 진단명들이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너는 힘든 상태가 맞다고 서글픈 위로를 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살아보고자 인생 첫 휴직도 하고 여러 가지 멘탈관리를 시도해서 어느 정도 평범한 수준에 도달했다 생각했다. 하지만 짜잔! 이번엔 애 낳고 일 년도 안 되어 공황장애가 와버렸지 뭐야. 이름도 생소한 만성공황장애.


그래서 나는 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아픔조차 의심하고, 아파도 되는지 자격을 따지고 있을 수많은 평범인을 가장하고 살아가는 환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싶다. 아픔에 조차 자격을 논했던 나의 완벽주의자적 잣대타인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향하며, 이는 연민을 잊게 하여 고통에 빠트렸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내 삶의 덫으로 남은 과거 여러 지점과 인지행동치료를 받고 있는 현재 시점을 오가며 글을 쓸 예정이다. 돌 전 쌍둥이 아이를 키우는 극한의 상황에서 꾸역꾸역 시간을 내서 글을 적고자 함은, 2년 전 우울증 진단 후 병가 휴직 중 느꼈던 많은 생각들을 글로 남기지 못했던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웃프게도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기회-공황장애-가 이렇게 찾아왔으니 꾸준한 기록을 통해 나의 에고 탈피 과정을 적고자 한다. 이는 나에게 치료의 시간이 될 것이며, 누군가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나중에 나의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임을 믿는다.


추신) 이런 기록을 남기라고 브런치가 인턴작가의 기회를 주다니 이거 럭키비키잖아?! (인터넷 밈을 꼭 따라 해보고 싶은 것이 영락없이 철없는 4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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