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뚱그려 이해하려는 시도들
최근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찾아보던 중이었다. 유명한 트레바리는 나와 일정이 맞지 않았다. 소모임에서 마음에 드는 독서모임을 찾아 가입했다. 참가신청을 하려고 보니 지정도서가 신재용 교수님이 쓰신 <공정한 보상>이었다. 책을 구매하기 전 관련된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책의 앞부분은 최근 논란이 되었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이슈와 더불어, SK하이닉스에서 벌어진 성과급 관련 이슈를 다룬 듯했다. 꽤 예민한 이야기들을 다루는 책이었구나.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도 언급되었다.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다만 유튜브 영상에서 신재용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공정'은 마이클 샌델이 부정하는 '능력주의'에 가깝다고 했다. 교수님께서는 세상 많은 결과물들이 '노력, 재능, 운'으로 결정되는 와중에 '운'은 차치하더라도 '노력, 재능'은 보상으로 환원되길 MZ세대는 원한다고 분석했다. 비록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에서는 재능보다는 의식적인 노력 혹은 꾸준한 실천성을 강조했지만 말이다. 결국 '노력'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고 생각했다.
앞선 이야기는 단지 이 글의 서문일뿐이다. 그래서 MZ세대를 왜 분석하고 있는 거지? MZ세대가 별건가? 단지 기업의 성과를 위해서 혹은 퇴사율을 낮추기 위해서일까? 사실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다. 혹은 이들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인가? 이런 노력은 왜 하는 거지? MZ세대는 특별한가?
유튜브 알고리즘은 꾸준히 MZ세대에 대해 시사적인 관점으로 해석한 영상들을 나에게 추천했다. 나 역시 분류상 MZ세대에 속한다. 그들이 해석한 MZ세대의 특징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마치 MZ세대의 행동들이 사회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어떠한 현상인 거처럼 해석하고, 그들을 배워야 한다는 둥, 연구해야 한다는 둥의 이야기가 내 심기를 건드렸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늘여놓는 내용에도 조금 심술이 났다. 굳이 나란 사람을 분류하고, 뭉뚱그려 이해하려는 시도가 심술의 이유이다. 이러한 시도가 이전 세대에서 학벌, 성별 등으로 구분 지어 이해하려는 노력과 무엇이 다른가? 쉽게 말해 편견을 주입하고 있는 듯한 행태라고 보였다. 그들이 내놓는 해석이 '요즘 것들 특징'이라고 늘여놓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들과 무엇이 다른가? '요즘 것들은 말이야~'로 시작되는 잔소리 같은 말을 고상하게 표현하면 'MZ세대에 대한 사회적 고찰'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그냥 나로 해석되고 싶다. 근데 자꾸 MZ세대는 이러하다 저러하다 늘여놓는 전문가들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이것조차도 MZ세대의 특징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과거 90년대 오렌지족들은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50대가 되었다. 그들의 일부가 오렌지족이었다고 해서 현재 50대가 어떠하다고 해석하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아무도 없다. 근데도 MZ세대의 특징을 늘여놓는 이유는 단지 이러한 것들이 트래픽이 되고 또 돈이 되기 때문 아닐까? 하는 염세적인 생각도 든다. 아래는 나무위키에서 오렌지족에 대한 해석을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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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족이 사회에 충격을 불러왔던 이유는 그들이 최초로 소비문화에서 자아를 찾았던 세대라는 점 때문이다. 즉, 부모 세대가 놀란 점은 그들이 경제를 일으켜 세우거나 정치를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쓰고 노는 것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사실에 있었다.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던 당시의 기성세대는 "부모가 피땀 흘려 번 돈을 철부지 같은 자녀들이 펑펑 쓰기만 한다"라고 받아들였다. 젊은이들이 명품을 소비하거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비교적 흔해진 지금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지만 이들은 당시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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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현재 우리 세대가 다른 점이 있을까? 그냥 가끔 이런 사람이 있을 뿐이다. 과거에도 현재도 그렇다. MZ세대가 특별한가? X세대 Y세대, 이제는 M, Z세대까지. 굳이 자꾸 나눠서 뭉뚱그려 이해하려는 시도가 조금 심술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