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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Sep 02. 2022

Work #7

모든 문제는 풀리라고 있는 것이다

25년간 일하면서 선배가 본 사람은 얼마나 많았을까요? 입사한 지 이제 막 반 년이 넘어가는 지금, 입사만으로도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이 많았습니다. 일은 비단 경제적 이윤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나와 함께 나아가는 선배와 동료에게 배우고 그들을 돕고 이끄는 시간이었습니다. 25년 동안 선배가 만난 사람의 수만큼이나 선배는 두터운 지혜를 지녔습니다. 그리고 한 편의 글로 그 지혜를 후배들에게 기꺼이 나누었습니다.


"'모든 문제는 풀라고 있는 것이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한다면 많은 문제들이 쉽게 풀립니다. 내 일이 아니라고, 내 잘못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고 공장이나 본사, 하도 업체의 잘못이라고 해도, 감독/감리/동료의 잘못이라고 해도 내가 먼저 나서서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가면 좋겠고 그런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면 주변에서도 도와주고 하늘에서도 도와주는 일이 생깁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제게 일어난 문제는 지나고 보면 웃픈 일입니다. 아주 바빴던 날, 캐리어에 담긴 마이쮸 봉지가 쓰러졌습니다. 내가 뛰어간 길을 따라 마이쮸 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안 그래도 정신 없는데 마이쮸까지 나를 괴롭힌다니. 참 운도 없다고 생각한 날이었습니다. 이메일 수신자를 잘못 보낸 것도, 제목을 잘못 쓴 것도, 모두 나의 잘못을 사과하고 감내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신입이라는 이유로 많은 선배들이 나의 잘못을 ‘그럴 수 있어’ 라고 감싸주었습니다. 제가 직면한 모든 문제는 풀리는 문제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혹은 다시 해가는 방안 등이 제 문제를 해결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문제는 풀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선배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모든 문제는 풀리기 마련이었으니까요.


한편, 내 일이 아닌, 내 잘못이 아닌, 공장이나 본사 혹은 동료의 잘못인 일은 제게 흔치 않았습니다. 흔치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업무가 혼자 하는 방식이라서? 아니었습니다. 앞서서 ‘그럴 수 있어’ 라며 감싸준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이 늦어지거나 잘못되면, 선배들은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이전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전 경험이 없다면, 같이 방안을 고민해주었습니다. 그들의 문제가 아니었는데도요. 그들에게 입은 은혜가 컸고, 그 은혜를 꼭 갚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선배들에게 돌아가는 날이, 곧 주변에서 그들을 돕는 날일 거예요.


하늘이 돕는 일까지 일어날까? 사실 아직 업무에서 그런 신비로운 일을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 날은 꽤 있었습니다. 그 중 하루는 선배가 없던 날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일찍 오고 열심히 교육 들었던 선배는 자리를 비웠습니다. 주변 선배들은 그가 맡고 있는 지역에서 큰 사고가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사람이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고요.


그때 그가 직면한 문제와 그 문제를 대하는 마음의 무게를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문제가 생긴 상황에 자신이 없어도, 그 자리에 감독자가 따로 있었어도,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선배였습니다. 그가 회사에서 보낸 긴 시간 동안 매년 그의 문제는 조금씩 더 무거워진 것일까요? 모두가 한 마음으로 부디 아무 일 없길 기도했습니다. 그 기도가 그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가벼이 만들어주길.


20년 뒤, 나는 얼마나 무거운 문제를 이고 있을까요? 지금 제 문제는 충분히 제게 무겁습니다. ‘모든 문제는 풀리기 마련’이라는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있고, 실제로 그렇습니다. 20년 뒤 이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혼자 질문하면 쉽게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나의 결정은 그 책임이 점점 더 넓고 깊어질 겁니다.


이렇게 불안해하며 방황하는 제게 선배의 글은 등대 같았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우리는 모든 문제는 풀 수 있다고 하신 선배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나도 일하는 시간이 쌓이고, 후배들을 한 두 명씩 아끼게 되는 세월이 길어지면, 선배처럼 불안해하는 후배를 달래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내 문제만으로도 버거운 날이 있어도 후배 문제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이 생길 거야. 그렇게 이 글은 나를 대담하고 포용력 있는 선배로 이끌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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