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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Feb 11. 2023

Work #10

나의 일 정의하는 과정

취업 성공, 1년차, 그리고 2년차를 지나오면서 나의 일을 정의해가고 있다. EO에서 구글 UX 리드인 김은주 디자이너는 말했다. 지난 26년간 커리어에서 참을 수 있는 사람과 일을 정의해가며,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갔다고. "나는 플랫폼, 인터렉션 디자인은 좋지만 B2B 사업은 별로다!" 하는 일 취향이 생긴 셈이다. 그녀의 말에 공감하며 주니어로서 나의 커리어 여정 속 일을 정의해봤다.


“왜 교사를 안 하고 우리 회사를 지원했어요?”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HRD로 취업을 준비할 때, 면접 질문 1순위였다. 솔직하면서도 준비된 답변은 간단했다. 공교육이 아닌 비즈니스 환경으로, 미성년자가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싶습니다.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들었던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교사의 성질을 가진 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버티지 못하고 금세 학교로 돌아갈 거라고. “4년 뒤에 다시 인사 드리러 오겠습니다!” 웃음 섞인 나의 대답에는 그만한 확신이 있었다. 절대로 쉽게 내 선택을 접지 않으리라!


올해로 2년차가 되었다. 작년에는 팀장 후보자와 시청 팀장급 공무원, 어린이집 원장 등 리더 대상 교육이 많았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HRD 직무로 일하기도, 리더급을 대상으로 고민하기도 처음이었다. 1년차 나의 일은 ‘우당탕탕’ 한 마디로 정의된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내가 하고 싶었던 성장을 나뿐 아니라 내 교육에 온 사람들도 느끼고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묵묵히 그리고 빨리 일을 배워서 내 생각을 조금이나마 담아낸 교육을 해보고 싶었다.


'내 생각을 담아보고 싶다!' 하는 갈증은 사이드 프로젝트로 해소했다. 취업 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미래 커리어를 계획해보거나 강점 코칭을 20명 가량 진행했다. 갓 대학에 들어가면 어떻게 대학에 들어갔는지 이런 이야기를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전했던 기억에, ‘지금 나의 경험과 생각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들이었다. 고백하자면, 일은 학업과 매우 달라서 시작보다는 그 이후가 더 중요함을 뼈 저리게 느꼈다. 고생 끝에 얻은 타이틀이 유지되는 학업과 달리, 일은 그 타이틀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비교적 쉽게 무너지거나 심지어는 사라질 수 있었다.


아등바등 버텨온 1년차가 배운 건 '회사 교육은 쉽지 않다!'였다. 사범대학을 졸업해서 쥐의 발톱만큼이나마! 교육을 이해한다고 생각해서 HRD 직군으로 왔다. 하지만 그 생각이 오해였음을 깨닫는 데는 고작 2개월 걸렸다. 입사 후 2개월 뒤에 본격적으로 ‘담당자로서’ 교육을 시작했다. 다들 말씀하지는 않으셨지만, ‘이렇게 어린 사람이 교육 담당자라고? 어시스트가 아니라?’ 하는 암묵적인 눈치를 교육하는 내내 느꼈다. 그때마다 우리 직군에서, 특히 누군가를 가르치고 배우게 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전 직무 경험(영업, HRM 등)과 학위(기업교육 석사 혹은 박사, 그 외의 자기 전공 분야)가 필요함을 이해했다. 많이 배우고 경험해야 하고, 그만큼 두꺼운 시간을 거쳐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담당자면 당연히 좋지 않겠는가? 두 가지 아무것도 없이 일하는 나 또한 내 직무를 ‘사람을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었기에 직무에 대한 준비성이 한참 부족함을 인정하곤 했다.


변화는 2년차가 되면서 시작했다. 작년 연말에 선배들은 말씀하셨다. 이제 신입 대우는 끝났다! 맞지, 수습 기간을 보통 3개월로 하는 곳이 많은데 나는 그래도 1년 정도를 신입이라 불렸으니 충분한 시간을 선물 받은 셈이었다. 그만큼 신입 딱지를 예쁘게 떼고 내 직무에서 ‘ 이 정도면 괜찮지 뭐,’ 하는 수준을 넘어 잘 해내는 직업인이 되고 싶었다. 웃프게도 올해 나의 일은 작년과 너무 달랐다. 새로운 적응을 다시 맞이했다. 교육 대상자는 팀장급이 아닌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2-3일 교육에서 장장 1년 프로세스를 이끄는 교육 담당자가 되어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지도선배가 되었다. 과연, 예쁘게 신입 딱지를 뗄 수 있을까? 오히려 새로운 딱지를 붙인 건 아닐까?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나 뭐 돼?’ 였다. 팀장 교육 담당자로서도 이미 과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신입사원 교육이 내게 준 과분함은 차원이 달랐다. 나 하나로 팀장님이 이직을 생각하실까? 솔직히 아니다! 오히려 교육 오신 팀장님들 말씀 들으며 ‘오호라, 우리 회사 리더급은 이런 생각을 하시는구나.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나?’를 고민하며 이 회사를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다닐지 어렴풋이 고민하곤 했다. 하지만 신입사원은 다르다. "우리 회사 영 별로다!" 하는 나의 말은 ‘이직할까?’를 혼자 고민하는 이의 마음에 불쏘시개가 되어 돌이키지 못할 선택으로 귀결될 수 있는 일이다. 이만한 부담과 책임을 이겨내고 "교육 담당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습니까!?"하는 질문에 "예! 그렇습니다!" 하기가 참 막막했다. 이때 내 직무는 ‘배울 만한 점이 있는 사람으로서! 사람을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정의가 바뀌었다. 직무 지식, 트렌드, 취향, 가치관 등 뭐 하나라도 제대로 갖추고 있어보자는 마음이랄까.


단단히 마음먹고 맞이한 신입사원들은 내 다짐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아주! 단단히 깨우쳐주었다. 30명의 학교 담임 선생님으로서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이 나와 맞지 않아서 교사를 평생 직장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그런데 40명 반의 지도선배로서 다양한 회사와 의사결정을 해가는 과정을 겪어내보니 ‘과연 내가 교사를 포기한 게 맞는 일이었나?’ 싶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해도 결국 내가 하는 일의 핵심는 다를 바가 없었다. 교보재를 직접 디자인하고 출력해서 자르기부터 그 과정을 직접 교육 참가자와 진행하고, 그들의 책임을 지는 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고 있다고 설득해가는 과정이다. 그제서야 알았다, 내 좇아온 일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구나. 학교인지 회사인지, 아이들인지 어른인지 환경은 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나와 다른 사람의 성장 포인트를 찾고 성장 경험을 만들어왔다.


이번 경험으로 일과 나를 중간 점검했다. 나는 사람을 직접 대하는 일과 사람들의 경험을 분석하고 만들어가는 일이 좋고 에너지를 얻지만, 사람들의 퍼포먼스를 평가하고 그에 따른 처분/보상을 결정하는 일은 어렵다. 이처럼 앞으로 커리어 여정에서 일에서의 좋음과 싫음을 더욱 명확히 밝혀가길 희망하며, 이번 중간 점검 때 고려한 질문 리스트를 남겨둔다. 혹시 일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이 질문들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공유한다.


1.     나는 9 to 6 로 일하고도 어떤 일을 기꺼이 찾아 하는가?

2.     취직 혹은 이직하는 곳에서 나의 24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 (방학 시간표처럼 그려보기)

3.     내 일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정의와 나의 정의는 어떻게 다른가? 그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가?

4.     일에서 경험할 최고의 순간은 어떤 순간인가? 그때 어떤 감정을 느낄까?

5.     일에서 경험할 최악의 순간은 어떤 순간인가? 그때 어떤 감정을 느낄까?

6.     나의 일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어떻게 정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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