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초운전의 네 번째 운전 연수 후기
#보초운전 네 번째 운전 연수 후기.
내가 모른다는 걸 모를 때 차라리 평화롭다.
무언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하지 못할 때-
그러니까 내가 정확히 뭘 모르는지 알게 되었지만 바로 교정이 되지 않을 때, 갑갑함과 좌절감이 상당하다.
운전의 단순한 정의는, 차의 핸들을 돌려서 상하좌우로 나아가거나 멈추는 행위다.
일단 주차를 제외한다면 엑셀, 브레이크, 핸들을 조작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운전자의 껍데기는 갖추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운전에 있어 무지의, 미지의 영역은 거기에 없다.
도로에 있다.
유별나고 이상한 다른 운전자들까지 갈 것도 없다.
모든 도로가 다 조금씩 폭과 모양이 다르고,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도는 각도도 다르고, 경사의 각도도 다르다.
급커브길이라고 늘 완만한 평지인 것도 아니고, 험준한 언덕길이라고 직진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요상한 길 중간중간 세워진 차량과, 뜬금없는 곳에 솟아있는 담장에 충돌하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오늘 내가 돈 코스가 그랬다.
걸어서 갔다면 등산에 맞먹었을 법한 급경사에, 급커브의 연속인 좁은 골목길 뜷어보기.
난 그런 길을 차로 갈 수 있는지도 몰랐고 알았더라도 가고 싶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살면서 이런 길을 한 번도 안 갈 거란 보장은 없어요.
살다보면 있는 줄도 몰랐던, 정말 복잡하고 좁은 길을 가야할 때도 있어요.
그때 그걸 잘 해내려면 지금, 한 번은 맛봐야해요.
당연히 처음이니까 잘 할 수가 없죠.
이런 길을 안 가봤을 때보다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졌을 수도 있어요. (정답.)
괜찮아요. 몰랐었으니까 당연해요.
100시간은 해봐야 돼요. 그럼 조금은 알게 돼요.
좁고 가파른 골목길의 존재조차 몰랐던 아침의 내가 그립다.
그걸 알게 되었고, 좌절하고, 너무도 긴장했던 나머지 - 절벽 같은 언덕에 아슬히 주차한 차 한 대를 긁을 뻔했고, 언덕 너머에서 오는 차를 못 보고 추돌할 뻔한 위기가 있었다 - 연수를 마치고도 다리가 덜덜 떨려서 차에서 한동안 내리지 못했다.
이제 난 내가 뭘 모르는지 알게 되었다.
알고 싶지 않았는데!
그냥 모르는 걸 몰라서 못한다는 핑계로 나를 둘러싸고 안락하게 살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럴 거였다면 내가 왜 이 돈 줘가면서 굳이 운전연수라는 걸 받고 있겠는가.
난 내가 뭘 모르는지 알기 위해 수업에 등록했다.
그걸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을 뿐.
타자를 칠 힘도 없어서, 운전석에 앉은 그대로 핸드폰을 열고 친구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나 오늘 운전하다가 죽을 뻔했어.
근데 죽지는 않았어.
이걸 왜 얘기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그냥 이렇게 말을 해야 이 긴장감이 몸에서 빠져나갈 것 같아.
언젠가 내가 죽는다면 그 사건이 차 안에서 일어날 것 같아.
하하.
하지만 최소한 내가 뭘 몰랐는지는 알고 죽겠지.
이상, 내일 아침에도 또. 연수를 받는다는 게 믿기지 않는 보초운전자의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