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모운전 아니고 #보초운전 마지막 운전연수 후기.
맨 마지막 코스는 나 혼자 운전하고, 선생님이 뒤에서 따라오면서 봐주시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저랑 있을 때 훨씬 더 긴장하시나봐요. 혼자 하니까 더 잘하시네요.‘
다 끝나고 받은 피드백이다.
그렇다. 운전 자체도 힘들고 온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지만, 내 옆에 35년 경력자가 함께 타서 쉼없이 가르침과 경고를 날리고 있으먼 몇 배로 더 긴장이 된다.
급박하게 시험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하나씩 풀 때마다 거침없이 채점 결과와 해설을 들어야하는 기분이랄까?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동네 특성상 돌발 상황이 많아서, 체감상 새로운 걸 1초에 다섯 가지씩 배우는 것 같을 때도 있었다.
여긴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골목이 많고, 그나마 있는 차도도 단일 차선인데 잠시 정차하는 차들도 많다. 인도도 워낙 좁아서 그냥 차도로 뚜벅뚜벅 걸어다니는(횡단 아니고 종단) 보행자들도 넘쳐난다. 근데 버스 노선 구간이기도 하다.
내가 버스 승객이기만 했던 시절에는 왜 이 구간 지날 때 기사님들이 그렇게 중얼중얼 욕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빨리 좀 가지...‘ 싶었는데... 이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앞에 정차한 차 때문에 잠시 차선 바꿔야 할 때에도 깜빡이 켜세요.‘
’그 차 앞으로 들어갈 때에도 깜빡이 켜야죠.‘
’신호등 없는 교차로인데 옆에서 튀어나오는 차 없는지 확인하셨어요?‘
’여기에 멈춰있으면 안돼요. 핸들 돌리고, 네 끝까지! 끝까지! 엑셀 밟아야죠! 밟아!‘
입력해야 할 데이터는 산더미인데 핸들을 잡은 손과 페달을 밟는 발로 잘 출력되지 않아서 버벅. 버벅. 버벅.
그런 버벅거림을 매우 잘 자각하고 있는 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선생님...
이건 아마도...
보초운전의 운명이겠지.
근데 이제 연수가 끝나서 실시간 채점자도, 해설자도 사라졌다.
혼자가 되었다.
혼자 운전할 때 더 잘하는 것 같다는 말씀이 얼마만큼 진실일까.
물론 진짜 더럽게 못했다면 솔직히 말씀해주셨겠지만,
초보 치고 괜찮다는 거지 하산해도 좋다는 뜻은 아닐 거다.
이젠 진짜 그냥 계속 몰면서, 계속 온갖 상황을 겪어봐야 한다. 혼자서.
옆에서 고쳐주는 사람이 없어도 알아서 고쳐야한다.
힘든 코스 가보라고 억지로 등떠미는 사람 없다고 안 가서도 안 된다. 그럼 연수에 힘들게 들인 돈과 시간이 다 말짱 도루묵이 될테니.
그런 의미로,
당장 누구를 태우고 여유롭게 드라이브 갈만한 실력은 아니지만,
나를 보러 와라. 혹은 혼자 여기 가봐라. 이런 장소 있으면 적극 추천과 등 떠밀기 부탁드립니다.
2주 간 5번, 15시간의 운전 연수,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매일 혼자 운전을 한 저에게 무조건적 칭찬과 격려도 부탁드립니다.
보초운전은 계속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