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포르노

근로자의 휴일

매월 둘째, 넷째 금요일(모슬렘은 금요일이 주일임)은 근로자 휴일이었다. 지옥 같은 더위 속에서 하루 같이 반복되는 일과에 근로자들이 얼마나 그날을 기다렸겠는가.  

              

  그들에게는 회사 버스로 담맘이나 다란에 나가 시내 구경하는 게 유일한 소일거리였다. 볼거리라고는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상점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외국은 외국이라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술도 여자도 없는 나들이는 날이 갈수록 공허해졌다.      

  야외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 그게 바로 천국인 줄을 그들은 삭막한 사막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이처럼 모처럼 휴일을 맞이해도 근로자들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뭐 재미있는 거나 없나 하고 이 방 저 방 기웃거리다가 하루를 뭉개기에 십상이었다. 아끼고 아끼던 음식을 먹지도 못한 채 버리듯 허허한 마음으로 휴일을 억울하게 죽였다.        

        

  뿐만이 아니었다. 휴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었으니,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성적 욕구였다. 평일에는 물먹은 솜처럼 늘어져 잡생각을 밀어낼 수 있었지만, 한가할 때면 불길 같은 성욕이 젊은 사내들을 덮쳤다.     

               

  이처럼 대책 없는 인생들을 대상으로 암암리에 문화 영화(포르노의 은어)가 상영됐다. 이슬람 국가에서 음란물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으나, 어느 귀신인지 야리꾸리한 필름을 입수해 와 굶주린 늑대들을 유혹했다. 여자라면 눈에 불을 켜는 사내들은 50리얄이나 되는 거금을 들고 몰려들었고, 스크린에 펼쳐지는 적나라한 광경에 넋을 잃었다. 그날은 필성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가 하나 돼 뒹구는 육체의 향연 ― 몽롱한 꿈나라로 이끌어가는 농밀한 애무 ··· 맛있는 음식을 먹듯 서로의 성기를 핥아주는 오럴섹스 ··· 야릇한 신음 소리···아찔한 삽입, 이어지는 왕복 운동, 지칠 줄 모르는 피스톤 동작 ··· 주체하지 못해 흘리는 여자의 교성······.     

  필성은 쉴 새 없이 고이는 침을 꼴깍거리며,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서양 여성의 알몸 구석구석을 훑었다. 쉴 새 없이 고이는 침을 삼키며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거시기가 야구 방망이처럼 단단히 일어섰고 고국에서의 삼삼했던 순간들을 반추했다. 아내와의 잠자리를 불러보고, 유난히 가슴이 컸던 명동장 비어홀의 웨이트리스를 넘봤으며, 지하철에서 봤던 섹시한 여성의 치마 속을 들여다봤다.     

  그러나 ··· 그 모든 환상은 허공의 뜬구름일 뿐, 불길 같은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안타까움으로 헐떡였다.      

  그날 이후 무길은 문화 영화를 보지 않았다. ‘헛물만 켜는 거지 뭐. 돈만 깨지고.’라는 석한풍의 말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