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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도 가지 않은 길 Dec 03. 2022

야간 보초

파리 고기

  운이 좋았다. 녀석들과 승강이하느라 지체되긴 했지만 식당이 문을 닫진 않았다. 아직 5-6명이 남아 식사 중이었다. 마침 3공구 자재 담당 권기사가 보여 무길은 그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지 않아도 무길은 그에게 꼬마전구와 워닝램프 재고 상황을 알아보려던 참이었다. 식사를 막 시작했는지 먹은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근데 그가 영 매가리가 없다. 눈은 벌겋게 충혈되고 숟가락은 건성 입을 드나드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 국국물을 입에 가져가는 그의 숟가락에 파리가 세 마리나 빠져있었다. ― 이곳 파리는 더위에 기진맥진해 날질 못하고 벌레처럼 기어 다니는데, 식판으로 기어들어 와 국에 빠지기도 하고 밥 속에서 나오기도 했다. 

  “권기사, 나도 먹어봤지만 파리고기는 맛이 별로야,”

  꾸벅대는 권기사에게 무길이 농담을 던졌다. 

  “어-엉?” 

  권 기사가 눈을 치켜떠 숟가락을 봤다.

  “이런, 빌어먹을!”

  국국물을 빈 그릇에 쏟아 버렸다. 

  그리곤 밥 먹을 생각은 않고 다시 꾸벅거렸다.

  “오늘 왜 그렇게 맥을 못 추나? 권기사 답지 않게.”

  “으으···응, 그 꼬오~맹이들이 나를 벌세우지 않나. 워~닝 램프가 하도 돈을 잡아먹어 3일째 야간 보오~초를 섰다네.”

  “저~런. 3일씩이나. 그러면 견딜 장사가 있나?”

  “조오~금만 더 참으면 돼. 이번 주만 지나면 민가를 벗어나니까.”

  권 기사가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사람, 겨우 몇 숟갈을 뜨고 마나?”

  “밥보다 내게는··· 잠이 보약일세.”

  그는 대답하기도 귀찮은 듯 손사래를 치며 숙소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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