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가 4학년 새학기에 들어간 후 와이프가 가장 신경 쓴 게 바로 학급 임원 선거다. 전업 엄마가 많은 학교인 만큼, 1학기 학급 임원이 되는 게 친구들과 어울리기에 유리하다는 게 와이프의 생각이다.
실제 이런 와이프의 생각은 1년 전 경험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딸 아이가 3학년이 되면서 처음으로 학금 임원 선거를 치루게 됐고, 운 좋게 학급 회장(반장)에 당선되면서 아이들과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자연스레 4학년이 된 딸 아이의 학급 임원 선거는 와이프의 가장 큰 관심사로 이어졌다.
이런 엄마의 생각과 달리 딸 아이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학급 임원이 되면 아이들과의 관계 뿐 아니라 회의, 선생님의 지시사항 전달 등 할 일이 많아 귀찮다며, 이번엔 임원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딸 아이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와이프의 설득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나 역시 동참하게 됐다. 엄마, 아빠의 절절한 애원과 부탁에 힘입어 딸 아이는 다시 임원 선거에 나가기로 결정했고, 그 즉시 선거를 준비했다.
선거일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아 작년에 사용했던 도구와 멘트를 이번에도 다시 쓰기로 했다. 문제는 도구. 선거 발표에 사용될 귀 모양의 도구가 안 보이는 것이었다. 바로 다음날 퇴근길에 동네 알파문구에 들러 재료를 구입했다. 와이프가 도구를 만드는 동안 나는 딸 아이의 선거 연설문 멘트를 고치고 출력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도구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연설 준비에 돌입했다. 딸 아이가 도구를 활용해 연설을 하고, 이를 듣는 나와 와이프가 수정할 부분을 말해줬다.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한 학급 임원 선거 준비가 끝나고 마침내 선거 날이 다가왔다.
출근 전 딸 아이에게 "딸~ 임원 선거에서 떨어져도 상관없어. 친구들이 울딸 미워서 선택 안 한 거 아냐. 그건 잘 알지?"라고 말해주니 "나도 잘 알아"라고 답하는 딸 아이.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있게 하고 오라고 말한 뒤 꼭 안아주고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업무를 하는데, 가족 단톡방에 알림이 울렸다. "나 부회장 됐어"라고 딸 아이가 보낸 것이었다. 그 즉시 축하한다고, 장하다고 폭풍 칭찬을 해줬다. 뒤 늦게 딸 아이의 소식을 본 와이프 역시 딸 아이에게 축하를 해줬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 딸 아이를 다시 꼭 끌어 안아주며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해줬다. 이런 나에게 딸 아이는 "재 투표에서 사람이 많은 남자들이 다 남자 후보를 뽑아서 개가 회장 되고 내가 부회장 됐어"라고 상황을 설명해줬다. 딸 아이의 입장에선 아쉬울 수 밖에 없어 보이는 상황. "아쉽지만 그래도 부회장 된 것만 해도 장한거야. 앞으로 학교 활동 잘해. 울딸은 잘 할거야"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달래줬다.
울딸~ 3학년에 이어서 4학년에도 임원에 당선됐네. 회장 못 된 건 아쉽지만 그래도 아빠는 울딸이 너무 대견해. 임원이라 힘든 일도 있겠지만 울딸은 잘 할거야. 암튼 울딸 부회장된 거 정말로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