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입건, 무슨 뜻인가요?

'입건'이란 검사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사건을 정식으로 접수시켜 수사를 개시해 정식 형사사건이 되는 것으로, 입건이 되면 용의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게 된다. 상황에 따라 구속, 불구속 입건으로 나누어진다.

나무위키에 정의되어 있는 '입건'의 정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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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언론사 기자 응대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피의자는 입건되었나요?"이다.

이 입건(立件)이라는 한자 용어는 사건이 들어섰다, 즉, 사건이 성립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이 구축되기 전에는 '범죄사건부'라고 하는 부책에 일일이 사건을 수기로 기재했었다.

즉, 예전 전화번호부의 두 배 가까운 크기의 범죄사건부에 발생일시, 장소, 피의자명, 죄명 등 사건과 관련된 개략적인 내용을 기재할 수 있도록 빈 양식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곳에 기재를 하면 비로소 입건이 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사라진 부책이지만, 사실 여기에는 경찰의 암울한 역사도 담겨 있다.

입건되면 검찰로 송치되어 재판을 받고 벌금 등 형사처벌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결국 전과기록으로 남는다.

그만큼 국민의 신상에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서류인 만큼 검찰이 통제를 했었다.

매년 말이 되면 수사1계, 지금의 수사지원팀 직원이 내년에 사용할 범죄사건부를 들고 관할 검찰청에 갔다. 마치 숙제 검사받으러 가듯이...

각 페이지를 좌우로 반 접어서 그 접힌 부분과 다음장 사이에 검찰청의 직인을 찍었다.

담당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수백 페이지에 일일이 간인을 찍은 이유는 경찰이 임의로 찢거나 훼손하여 입건된 피의자를 누락하거나 빼돌리는 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간인을 다 마친 다음에야 비로소 경찰에서 입건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제는 KICS가 정착되어 연례행사 같은 간인을 하지 않고, 모든 절차마다 로그기록이 남아 통제를 받는다.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접수를 하고, 피의자가 특정되면 사건번호를 부여하는데, 이 사건번호를 부여하는 것이 입건이다.

따라서, 모든 수사로 진행되는 사건에는 접수번호와 사건번호 이렇게 두 가지 번호가 부여된다.

참고로 고소·고발 사건은 피고소·고발인을 상대로 수사가 바로 개시되므로, 피고소·고발인은 자동적으로 입건이 된다.

현행범 체포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본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범인을 현행범 체포한 경우, 현행범 체포 보고서, 확인서 등 서류를 작성하는데, 모든 서류는 KICS에서 작성을 한다.

사건을 입력하면 접수번호가 부여되고, 현행범은 당연히 피의자로 입건이 된다.

다만, 대상자를 피의자로 전환하기 위한 보고서인 범죄인지서를 작성하고 전산 입력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입건만 되지 않았을 뿐이지 경찰 입장에서는 입건된 것이라고 본다.

이에 현행범 체포된 사안을 인지한 기자가 "며칠 전 체포한 사람, 입건은 되었나요?"라고 묻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걸 묻는 게 되는 것이다. 며칠 전 체포한 피의자를 입건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 부분은 대부분의 기사에서 다루어지는

"경찰은 피의자를 무슨 무슨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 중'이다."라는 멘트를 위해 사실확인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혐의자가 조사받은 사실을 알고 취재할 때에는 피의자로 전환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입건했는지를 물어야 하지만, 고소·고발 사건의 피고소·고발인과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서는 입건 여부를 묻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굳이 묻는다면 조사했는지, 조사했다면 언제 조사했는지 여부를 물으면 되겠다.

정리 차원에서 언제 피의자가 입건되는지를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고소·고발 사건이 접수된 때.

현행범체포, 긴급체포 등 체포된 때.

진정사건과 같이 입건 전 조사에서 피진정인이 피의자로 전환된 때.

피의자가 자수한 때.

사건 발생 후, 범인이 특정된 때.

@수습기자를 위한 경찰 출입 매뉴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