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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도구반장 Sep 02. 2024

요가예찬 1

50대 아저씨의 요가 이야기 

국민학교 때 아버지하고 나란히 앉아서 팔을 뻗어 발끝은 잡아 내려고 발버둥 치는 사진이 있다. 

아버지하고 나도 모두 손이 발에 닿지는 못하고 아련한 시선만 발끝에 닿아 있을 뿐이었다. 


몸이 뻣뻣한 것은 유전자의 힘이었다. 

국민학생 때부터 몸이 그랬으니 어렸을 때부터 몸이 유연하냐 아니냐 얼마나 유연하냐의 문제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헬스장, 테니스, 나이 들어서는 골프, 심심풀이로 탁구, 배드민턴, 군대에서 축구, 중고등학교 체육시간에서의 농구, 피구, 초등학교 때 야구, 성장하면서 그냥 좋아서, 아니면 사람들하고 어울리기 위해서, 혼자 외국에서 보내는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나름 운동이라는 운동은 다 해 본 듯하다. 


심지어 테니스 같은 운동은 연배에 비해서 시작도 빨랐고 오래 쳐서 그래도 잘 친다는 소리도 들어 봤고, 북경대 유학 시절에는 쌩쌩한 학부생들 시합에 참여해서 복식에서 상도 받아 보고 그랬다. 


그런데 50대 중반을 넘어서서 인생의 마침표를 찍을 뻔했을 정도의 심각한 질병도 앓게 되고, 몸의 유연성 여부가 이제는 국민학교 때 아버지하고의 유쾌한 추억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나 가는 가늠좌로까지 여겨지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공 같고 하는 재미있는 놀이보다 내 몸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나이가 먹고 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을 넘기 시작할 무렵이면 가능한 몸에서 거추장스러운 것은 다 버리게 되는 게 인지상정인지, 운동도 장비 가지고 공 가지고 하는 것은 골프 말고는 점점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골프도 사실 운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걷기 운동이지, 클럽을 가지고 공을 치는 동작만으로는 과연 그리 운동효과가 있을지(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잘 모르겠다. 


최신 트렌드라고 하고 유연성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필라테스라는 것도 해 봤다. 

어느 날 기계 위에 올라가서 선생님이 코아에 힘을 주고 다리를 들어 올리라고 했는데 지금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인데 코아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느낌이 들더니 그대로 뒤로 기계에서 떨어지면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야 살이 많아서 별로 아프지도 않았지만 나보다 열 배는 더 당황한 것은 선생님이셨다. 


어쩔 줄 몰라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내가 엄한 사람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우선 1:1로 하는 수업은 수업료가 만만치 않았고, 낯선 여성회원들 앞에서 펼쳐지지 않는 몸을 나래 피려고 하는 내 모습이 별로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우연한 기회에 난 요가를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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