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왜 왔니
붙어 있으면 닮는다 했던가.
김옹은 기분이 상하면 물고, 칠월이는 앞발로 때린다.
보통은 반대다. 톰과 제리를 본 사람이라면 안다. 고양이는 발로 툭툭, 강아지는 입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
옹이와 칠월이도 처음엔 그랬다. 칠월이가 누워 있으면 괜히 발로 툭 건드렸고, 참다 참다 인내심이 폭발한 칠월이는 짖으며 옹이를 물었다.
그리고 또 처음부터 둘은 하나씩 숨겼다. 옹이는 발톱을, 칠월이는 이빨을 서로에게 드러낸 적이 없다. 그 정도 일에 상처까지 주기 싫었던 건지, 아무리 화가 나도 매일 바라보는 친구는 많이 소중했던 건지. 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모습이 요즘 그립다. 나는 여전히 그렇게 하진 못한다.
물론 서로 닮을 수 없는 것도 있다. 옹이는 식탁도 소파도 자기 마음대로 올라오고 내려갈 수 있지만, 칠월이의 세상은 비교적 낮은 평면이었다. 대신 칠월이는 옹이처럼 털이 빠지지 않아 이불을 독점할 수 있었다. 바닥에서는 칠월이가 승자였다.
그러나 둘은 서로 시기와 질투로 쩌든 열등감 따위는 갖지 않았다.
식탁 위에 앉은 옹이는 아래에서 간식을 달라는 칠월이의 눈을 쳐다봤다. 앞발로 말린 고기 봉투를 툭 쳐서 떨어뜨렸다. 또 옹이가 소파에 올라와 엄마 무릎 위에 앉아 있으면 칠월이는 자기도 올려달라고 애타게 소파를 긁었다. 그러면 옹이가 소파에서 내려왔다. 화장실 가는 척 조용히 칠월이 옆에 놓인 자기 방석 위에 누웠다.
칠월이는 이불을 참 좋아했다. 바닥에 이불을 덮고 누워 있으면 어느샌가 이불 가장자리를 머리로 밀어 틈을 만들었다. 옆구리에 코를 콕 박고 잠에 들었다. 이때 꼭 옹이도 이불 옆으로 다가왔다. 옹이도 이불속으로 들어오려 안간힘을 쓰고 칠월이의 엉덩이를 밀었다. 그러면 칠월이는 옆으로 살짝 비켜줬다.
먹는 것도 싸는 곳도 서로 너무 다르다. 척추의 개수도 다르고 움직이는 시간도 다르다. 심지어 좋아하는 장난감도 서로 겹치지 않는다. 우리로 치면 절대 서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원수다.
그럼에도 둘은 매일 서로를 가장 많이 바라보며, 잘 때는 결국 꼭 붙어서 잔다.
언제 말도 안 통하는 누구에게 이랬던 적이 있었을까. 그럴 순 있을까.
언제부터 둘은 이토록 따뜻했을까. 분명 처음엔 아었던 것 같은데.
아니면 서로 닮아서 하나가 된 걸까. 하나가 돼서 우리 집에서 나가지 못한 걸까.
김옹이 어떻게 왔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