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담긴 음악을 청각으로 맛보는 방법

음악을 받아 듣는 방법

by 작은하늘

아티스트가 음악 안에 예술을 담아내면,

엔지니어는 음향 안에 예술을 녹여낸다.

-Enginner Paul




'엔지니어를 하려면 수많은 음악을 들어라'





학창 시절, 내게 가장 힘들었던 미션이었다.

무슨, 어떤, 누구의 음악을 들어야 하고, 듣는다면 무엇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수많은 음악들에 노출되어있다.

기상할 때, 출근할 때, 커피를 마실 때..

지금도 들리는 음악들 중 우리는 한 곡이라도 '제대로' 감상하고 있는가?


수많은 음악들을 들으면서 비로소 알게 된 음악을 받아 듣는 방법.

엔지니어의 직업병을 제외하고, 청취자로서 음악을 귀로 받아 듣는 방법을 적어보려 한다.




'예술이 담긴 음악을 청각으로 맛보는 방법'

_물론, 소화는 각자의 몫이다.








1.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기자




아티스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믹싱, 마스터링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간단하게 요리로 비유해 이야기해보자면,

재료들을 준비하는 걸 레코딩(Recording)이라하고,

요리할 수 있도록 손질해두는 걸 에딧팅(Editing)이라고 한다.

당연히 요리는 믹싱(Mixing)을 말하고,

그 요리를 손님에게 전달하기 전 마지막 플레이팅 하는 게 마스터링(Mastering)이다.


정말 비슷한 게 많은 두 작업이지만 '한 명의 소비자를 기준으로' 차이나는 한 가지를 이야기해보자면,

제작비 대비 음악, 음식을 맛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만약 컵라면과 5성급 호텔 레스토랑의 최고급 음식을 동일한 값으로 먹을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아무런 조건이 없다면, 대부분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인간의 감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퇴화되고, 특정 나이가 되면 '과거의 좋았던 경험'을 공유하여 느낀다.


그렇기에,

비록 음식은 매일같이 좋은 것을 음미하기엔 어려움이 많지만,

음악은 지금부터라도 미리미리 좋은 것 들로 즐겨보길 바란다.


어떤 음악들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면,
관심 있던 스튜디오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참고하자.









2. 남들과는 다르게, 듣는 것부터 아티스트처럼




'음악은 핸드폰으로 들어도 충분하다.'

이미 아티스트와 엔지니어는 그렇게 들을 수밖에 없는 청취자들을 위해 음악을 가공한다.


허나 스튜디오에서는 핸드폰으로 녹음을 진행하지 않는다.

'아티스트와 엔지니어는 그들이 제작한 음악이 가장 좋은 시스템에서 재생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작품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판매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다만, 자신의 '작품'이 청취자들에게 그 의도대로 어필되는지는 자신의 정체성과도 같기에 사실 판매보다 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모바일과 같은 최소한의 디바이스 청음도 나쁘지는 않지만, '아티스트가 모니터링해왔던 방법대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술을 받아 듣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좋은 장비를 구입하라는 게 절대 아니다.

오히려 여러 스튜디오를 제작, 시공하고 실제 근무 중인 엔지니어로서 기쁜 소식을 이야기해보자면,

'전 세계에 완벽한 모니터링이 가능한 스튜디오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물론 '최악'의 모니터링룸은 무수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명심하자.


그렇기에, 장비와 어쿠스틱(공간)에 투자도 추후는 고려해볼 만 하지만,

우선 음악을 받아 듣기 위해서 적어도 이어폰이 아닌 '두 개의 스피커'로 듣기를 훈련하라는 것이다.


왜 스피커로 청음 하기를 추천하는지는 다음번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다.
최소한의 이유만 간단히 이야기해보자면, 인간의 귀는 '자연스러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귀는 자연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두 귀로 듣는 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왼쪽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와도 인간은 오른쪽 귀로 해당 소스를 들을 수 있어 청음 하는 데 있어 편안함이 있다.
반대로 이어폰은 왼쪽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는 왼쪽 귀에서, 오른쪽은 오른쪽 귀에서만 듣게 되어 자연계에서 느낄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되고,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연출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엔지니어들이 특수한 환경이 아니라면 클로즈보단 오픈형 헤드폰을 구매한다.)

결론적으로, 애초 Binaural(헤드폰, 이어폰)을 예상하고 제작된 음원이 아닌 경우
모든 음원은 Strereo Phonic(스피커 환경)으로 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니터링이 된다.









3. 아티스트와 같이 술 한잔 하기




한 번은, 믹싱을 완료하고 아티스트에게 결과물을 들려줬다.

피드백은 좋았고, 몇 가지 수정 포인트가 있어 현장에서 바로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수정 내용 중 드럼을 좀 더 '차갑게 만들어달라'는 말에 Hi-Frq를 조절했지만 아티스트는 계속해서 Hi를 부스트 하는 게 아닌 차갑게 만들어 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그 '차갑게'라는 말로 작업은 10시간이나 연장되었다.


전혀 예상 못한 부분에서 작업이 딜레이 되자 처음에는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다가 결국 다음날로 작업을 미루게 되었다.

그 모임은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연결되어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는 화장실에서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아티스트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와 화장실 오니까 내 목소리가 굉장히 차가워지네!?"



나는 곧바로 스튜디오로 돌아와 드럼에 리버브를 걸었고, 10시간 동안 연장된 작업이 10분 만에 끝이 났다.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는 그 아티스트와의 작업이었다.

그 뒤 나는 작업 의뢰 조건으로 무조건 아티스트 혹은 프로듀서와 사전 미팅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어떤 소리가 잘 들리고, 이미지는 어떻고... 그건 단지 음악 상품화를 위한 포장 작업일 뿐이고,

최적의, 최고의 작업을 위해선 그들의 언어체계, 습과, 생각부터 음악에 대한 모든 것을 받아 듣고 작업에 들어간다.


음악을 받아 듣는 자세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아하는 장르, 좋아하는 가수의 곡이라 해도 최소한 그 아티스트가 이 앨범을 어떤 마음과 어떤 생각을 갖고 작업했는지 정도는 알고 듣는다면 적어도 10시간을 들어야 느낄 감동을 10분 만에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티스트의 배경까지 공부하며 음악을 듣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고, 상당히 귀찮은 일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아티스트를 '공부'하려 하기보다는 1번에서 찾아본 아티스트의 '첫 번째 앨범'을
2번째 환경에서 쭉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딱히 공부하거나, 찾아보지 않아도 보통 아티스트는 첫 번째 앨범에 본인의 정채성이 가장 잘 묻어나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제일 많이 이야기해 놓은 앨범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많은 음원들이 나오고, 취향마저 큐레이팅 되며, 물 하나도 리뷰를 보는 시대가 되었지만..
이제 서브웨이도 어색함 없이 본인만의 취향을 선택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처럼,
아름다운 음악들이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 이제라도 들려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