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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ung Kim May 08. 2017

공부하는 주부, 엄마

1. 새의 비행 편 : 생활 속에서 과학을 함께 공부하다

얼마 전, 밥상머리에서 오간 심오한 대화이다.

7살 아들(이하 아)

 : 엄마, 지구는 중력이 있어서 사람이 땅에 붙어 있는데, 새는 어떻게 날 수 있지?


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34살 엄마(이하 나)

 : 그러게, 왜 그럴까?


나는 아이에게 다시 질문을 하고는(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머릿속으로 황급히 대답을 유추해 본다.


 : 로켓이 어떻게 발사되는지 생각해 볼까? 로켓은 엄청난 추진엔진을 가지고 있잖아. 연료가 폭발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로켓이 발사하는데 필요한 운동에너지로 바꾸어서 중력을 이기고 하늘로 발사된다는 건 알지?"


 : 아하, 그러면 새도 로켓부스터가 있는 거구나. 그럼 새는 로켓 부스터를 어디에 장착(이런 고급 단어를 쓰다니'ㅇ')하지?"


 : 새는 따로 로켓 부스터를 장착하지 않아도 돼. 새가 하늘을 날기 전에, 빠르게 달리기를 하다가 날개를 엄청 펄럭(딱히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이는 거 알지? 달리기를 해서 얻은 운동에너지랑 날개를 퍼덕이면서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는 힘이 합해지는데, 그 힘이 중력보다 크기 때문에 새가 날 수 있는 거야. "


조금 부담스러운 밥상머리 담화를 마무리하고, 아이는 유치원으로 나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러 간다.

기왕이면 자세히, 정확하게 설명해 주고 싶어서 내가 더 공부하게 된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에 조금 더 추가해 보기로 한다.


새의 비행원리

새의 날개는 유선형으로 되어 있어 날개 위쪽으로 지나는 공기가 아래쪽으로 지나는 공기보다 빠른데, 이러한 속도 차이는 날개 위아래의 압력 차이를 만들어 낸다.

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르면, 공기의 속도가 빠르면 압력이 작아지고 속도가 느려지면 압력이 높아지는데 여기서 압력이 높은 날개 아래쪽에서 압력이 낮은 날개 위쪽으로 작용하는 힘이 양력이다.

네이버지식백과-새와 곤충은 어떻게 날까


새는 이륙할 때 도움닫기를 통해 속도를 높여서 날개에 양력을 발생시키고, 날갯짓을 통해 공기를 아래로 눌러 더 큰 양력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는 뉴턴의 제3법칙, 작용-반작용 법칙이 적용된다. 

또 새의 뼈는 속이 비어서 가볍고, 방광이 작아 배설물들을 오래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다.

착륙할 때는 이륙할 때와 반대로 날갯짓을 하고, 역추진 장치로 날개에 공기를 머금고 앞쪽으로 밀어주는데 역시 작용-반작용 법칙이 적용되어 속도가 줄어든다.




이공계를 졸업하고 결혼하고 애 낳아 기르면서도, 언젠가 하게 될지 모를 공부에 대한 미련으로 꾸준히 관련 저널을 보며 스스로를 업데이트하려 부단히 애쓰던 것이 한때 시들해졌었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데 이력서 경력란은 여전히 공백이고, 아이는 더디 자라는 것 같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만 같은 불안감으로 우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새 아이는 나와 충분히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해할 만큼 자라주었다.

6살 여름, 나는 아이에게 우주 백과사전을 사 주었고, 우리는 같이 배우게 되었다. 

집에 이렇다 할 전집 하나 장만하지 않았지만, 필요하면 우리는 함께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른다. 이공계 엄마 아빠 덕분에 아들이 접하는 책은 대부분 과학서적이지만, 나는 아들과 함께 다시 배우고, 대화를 통해 배운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요즘은 월간 어린이 과학동아를 보며 내가 더 재미있어한다. 아이는 처음이라 재미있고, 나는 날림으로 배워서 머릿속에 이름만 희미한 과학원리들을 그리고 새로운 과학 소식들을 접할 수 있어서 너무 즐겁다. 


아이도 나도 함께 성장하는 즐거운 삶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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