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국수
주말의 낮 햇살이 거실 바닥에 조용히 내려앉던 시간 배고프다는 말 대신 아이와 나는 냉장고 앞에서 눈빛을 주고받았다
"뭐 먹고 싶어?"
"아빠가 정해주세요."
마침 눈에 들어온 대패삼겹살 한 팩.
“국수에 구운 고기 올려 먹을까?”
“오 맛있겠다!”
순식간에 메뉴가 정해지자 나는 바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달군 팬 위로 고기를 올리자 치이익 고기 굽는 소리가 마치 주방의 배경음마냥 흘러내리고 고소한 향이 퍼지며 어느새 우리 집은 작은 식당이 되었다
아이도 내 옆에 서서 팬을 들여다본다 튀는 기름에 다칠까봐 조금 걱정이 되지만
“이 소리 좋아. 맛있는 소리 같아.”
나는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그래 이런 순간들이 우리에게 추억을 선사해 주는것이겠지
삶아낸 국수를 찬물에 헹구고 멸치육수에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 다음 면을 담았다 그리고 노릇하게 구운 고기를 툭툭 얹으니 그럴싸한 ‘우리만의 요리’가 완성됐다
젓가락을 들고 한 입먹자 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진짜 맛있다…”
입 안 가득 고기와 국수의 조화에 감탄하던 아이가 조금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가 해준 요리가 짱이야 아빠, 나 이 맛 기억할래 나중에 커서도.”
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용히 고기 한 점을 더 얹어줬다 어른이 된 네가 오늘을 기억한다면 그걸로 아빠는 만족한단다
후르릅 면을 먹는 소리 너머 작은 그릇에 담긴 사랑이 오늘 하루를 더 따뜻하게 만들고 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