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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314)

투 더 본, 그리고 나의 이야기

by 시우

https://youtube.com/shorts/sk3ALxSkzrc?si=GEp0-Kzab7JQsHqV

To the Bone(2017년 작품)

〈To the Bone〉의 주인공 엘런은 거식증을 앓고 있다 그녀는 음식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려 했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먹지 않는다’는 선택이 유일하게 자신이 가진 자유였던 것이다


그녀는 조용히 말한다


“죽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단지 살아 있는 게 너무 괴로워요.”


그 대사를 들었을 때,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울렸다 나는 죽음을 생각한 적은 없지만 살아야 한다는 의무로만 하루를 버틴 적은 많았다 아침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출근하고 퇴근 후엔 또 다른 책임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사실은 괜찮지 않았으면서도 그 안에서 “괜찮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되뇌었을까


엘런이 마지막 희망으로 찾아간 윌리엄 벡엄 박사(키아누 리브스)는 이렇게 말한다


“삶은 고통으로 가득해. 피할 수는 없어하지만 어떤 고통을 감수할지는 네가 선택할 수 있어.”


그 말이 오래 머물렀다 고통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지만 그 고통을 감당할 이유는 각자의 선택으로 달라진다 나는 삶이 던지는 고통을 피하지 못했지만 대신 견디는 이유를 선택해왔다.

아이를 위해 책임을 위해 그리고 언젠가는 나 자신을 위해서


〈To the Bone〉은 거식증의 이야기지만 결국 자신의 존재를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다


엘런이 병실에서 ‘살 이유’를 되찾듯 나 또한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조용히 묻는다


“나는 왜 여전히 버티고 있을까?”


그 질문 끝에서 아주 작은 대답이 들려온다


“살아야 할 이유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야.”


삶은 완벽하거나 단단하지 않다 때로는 부서진 채로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안다 살아 있다는 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 하루를 버텨낸 내가 나를 증명한다


엘런이 죽음의 끝에서 삶을 배웠다면 나는 삶의 무게 속에서 자유를 배운다 그 두 길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자리에 닿는다


삶의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당하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묻는다 이 고통은 이 하루는 내가 감당할 만큼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한 나는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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