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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316)

그냥 그냥 한 이야기

by 시우

https://www.youtube.com/watch?v=JLhww4_d4dI


예전에는 ‘자기 나이를 잊어먹는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살면 자기 나이를 잊고 지내지?”



젊을 때는 그 말이 다른 세계 사람들의 이야기처럼만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그 말이 너무 익숙하다 너무 바쁘게 사는 나머, 달력 속 숫자들은 내가 체감할 틈도 없을 만큼 앞으로 달려가 버린다


회사, 집, 아이

이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매일을 버티다 보니


‘내가 지금 몇 살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걸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남들이 바라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혼 이후 사람들과의 관계가 좁아지고 대화 상대가 대부분 아이로 바뀌었다 세상과 부딪히며 살던 시절과 달리 이제는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 속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거울 속의 나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흰머리가 하나둘 늘어나고 피곤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는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묻게 된다



“내 마음도, 저만큼 단단해졌을까?”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더 여리고 더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얼마 전 ‘미래의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밝게 쓰려 노력했지만 막연한 긍정만으로는 불안을 완전히 덮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낙관의 기운을 믿으면서도 현실이 내게 들이미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요즘의 나는 ‘자신감’보다는 ‘자존감’을 붙들고 산다 스스로를 믿어야 앞으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으니까 한 번 무너지면 쉽게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삶이라는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이 무게를 아이에게만큼은 고스란히 넘겨주고 싶지 않다 삶이 공평하길 바라지만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지를 이미 충분히 겪어온 사람으로서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해 균형을 맞추려 한다


이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어른의 책임’이라고 믿는다


삶은 어쩐지 재미없는 일들의 반복처럼 느껴진다 어제와 비슷한 오늘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내일 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기쁨 덕분에 나는 여전히 이 매일을 견딜 수 있다


길을 걷다 발견한 따뜻한 햇빛 한 조각 아이의 웃음소리 예상치 못한 위로가 되어준 말 한마디 그 작은 순간들이 내 삶을 붙잡아준다


그래서 바란다 그런 기쁨의 순간들이 조금만 더 많아지기를 조금 더 오래 머물기를 무엇보다 아이가 나와 보내는 시간이 우울함이나 지치고 힘든 기억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쉽지 않은 날들이 많아도

그 속에서 “그래도 행복했어. 그래도 재미있었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나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고 완벽한 사람도 아니지만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이 길만큼은 최대한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


지금의 나는 나이보다 어리고 때로는 나이보다 늙은 마음으로 살고 있지만 그 모든 시간을 지나 결국에는 조금 더 단단해진 내가 되기를 바란다 그게 지금 내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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