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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용 Nov 18. 2022

모든 슬픔이 그렇다

잘 지내는지, 안부가 그리운 사람이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진짜일 거라고 굳게 믿는 것과는 별개로 정말 무사히 지내고 있는지 직접 듣고픈 욕심이 인다. 요즘 일은 어떤지,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지나는 중인지, 이런 사소한 궁금증이 분다. 그러나 이내 내 마음을 지그시 누른다. 더 이상 그런 것들을 묻고 답할 사이가 아니라서, 그에 관한 전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언제부턴가는 하나씩 잊어버리다 그렇게 흩어져 아주 기억하지 못할 정도가 되겠지.


자꾸만 가슴이 시큰해지면 외투를 챙겨 집을 나선다. 근처 공원을 한 바퀴 크게 돈다. 겨울의 찬 기운에 몸이 시려지는 바람에 어느 누구를 떠올리고 있었는지 따위는 금세 잊어지기도 한다. 아쉽게도 산책하기 좋은 날씨는 아녔다. 폭설과 함께 닥친 강추위 탓에 주위의 풍경도 떨고 있었다. 그래도 주말이라고 마실 나온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약간은 풀리는 것 같았다. 공원 중앙에는 호수가 하나 있는데 물이 전부 얼었더라. 오리들도 보이지 않았고, 얼음 덩어리가 되어버린 호수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없었다. 오직 나만 멍하니 달빛을 반사하고 있는 언 호수를 구경했다.


얼마나 추웠으면 넓고 깊은 호수마저 얼어버린 것일까. 바다였다면 이토록 얼어붙진 않았을 텐데. 그보다 호수를 보고 있는 나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동질감, 호수 한가운데로 터벅터벅 걸어가 주저앉고 싶었다. 얼마 안돼 딱 내 크기만큼만 녹아 그대로 가라앉으면 너보단 내가 따듯하다며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으스대며 의식을 잃고도 싶었다. 호수에서만 몇십 분을 머무르다 더 깊이는 들어가지 않고 들어왔던 길로 되돌아 나왔다. 편의점에서 따듯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손을 녹였다. 찍어온 호수의 사진을 넘겨봤다. 날이 녹으면 잘 지내는지 안부나 물으러 가야겠다.


고여있으니 어는 것이다. 계속 흐르면 도저히 얼 수가 없다. 모든 물은 그렇다.

고이지 않도록 우는 것이다. 끊임없이 흐르면 도저히 마를 수가 없는 것이다. 모든 슬픔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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