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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지 못한 결혼식

by 밥반찬 다이어리

결혼식장 근처에서 만나 차 한잔을 하고 하림의 예식장에 가기로 한 미리는 금형의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우리가 언제 봤었지? 꽤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이전의 만남 때 느껴지던 감정과는 다르게 금형의 얼굴이 언 땅 위 아지랑이처럼 흐물거리며 떠올랐다.


목적지인 신사역까지 지하철 열 정거장을 남겨둔 채 멍하니 차 창밖을 바라보던 미리는 의자에서 올라오는 온기로 잠깐의 평화를 느꼈다.

“위잉위잉위잉”

요란하게 울리는 진동소리에 어깨를 움찔거리며 가방에 두었던 핸드폰을 꺼냈다.

“여. 여보세요.”

"황과장님. 혹시 기억나세요? 여기 과장님이 작성하신 PPT 12페이지에 저희가 만든 내용 삽입하면 되는거죠? 작년 실적이랑 올해 예상 실적 부분이요."

"아. 그 그래프 들어간 부분 말씀이시죠?"

"아. 과장님. 그건 그 전 페이지구요. 그 뒷 장이요."

"아아.. 그랬나? 아 잠시만요. 제가 좀 확인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이대리님."

전화를 끊고 저장해둔 파일을 찾아보기 위해 미리는 폰을 급하게 열었다.

엄지와 검지로 저장해 둔 위치를 툭툭 누르다가 급기야 모든 손가락을 찍어 눌러대며 파일을 찾아헤맸다.

'어? 아니 어디 갔지? 여기 분명 이 위치에 저장해뒀는데..'


미리의 머리 속에 여러개의 생각이 긴박하게 교차됐다.

'임부장.. 아 그때 그 사건만 아니었으면.'

미리는 이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리님. 그냥 제가 가서 같이 봐야겠네요. 하실 거 하시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갈게요."

"아. 아니 황과장님. 오늘 중요한 약속 있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안오셔도 되요. 그냥 어떻게 저희가 해볼.."

"아니에요. 제가 가겠습니다. 통화로는 마무리가 안될 것 같네요."


미리는 결심한듯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서 등을 돌려 지하철 문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이번 역은 충무로, 충무로 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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