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기다려지는 이유
방과 후 수업과 담임만 제외하면 괜찮은 줄 알았다. 채용하는 자리는 그 둘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안심하고 지원했다. 약 두 시간에 걸쳐 인수인계를 다 받은 시점에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기간제 교사로 지원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정시 퇴근을 할 수 있는가였다. 정규수업 이외에 맡아야 할 수업이나 업무가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지원했다.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근무시간은 정규수업인 7교시까지. 미처 몰랐다. 고3은 수능 후 단축수업을 한다고 했다. 그냥 단축만 하면 좋으련만, 총량 보존의 법칙이랄까. 그때 할 수업을 수능 전에 미리 당겨서 한단다. 고3 수업이 많은 만큼 당겨서 해야 하는 수업이 많아졌다. 정규수업이 끝난 이후에 진행하는 시간표였다. 이건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줄 알았으면 지원하지 않았다. 단축수업을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경솔함을 탓했다. 정규수업 시간 내에 해결하지 않는 시스템을 원망했다. 고3 수업이 많은 내 시간표가 미웠다.
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보다 초과해 일하지만, 8교시 수업은 초과근무 수당을 받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나중에 할 수업을 당겨서 하는 거라면, 그때 할 근무시간만큼 당겨서 일하는 거면 괜찮다. 그런데 초과 근무는 수당 없이 하고, 그때 가서 근무도 똑같이 하는 건 좀 불합리하다. 고등학교 시간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일까, 교원 근무시간과 수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교육적 사명감이 부족해서일까.
4시부터 두 아이에게서 배고프다는 전화와 문자가 번갈아가며 온다. 8교시가 끝나고 집에 가면 6시가 넘는다. 10월의 6시는 이미 깜깜하다. 배고프다는 칭얼거림을 달래고 어르며 퇴근길 러시아워에 갇힌 채 조바심 내는 일상이 너무 싫다.
참자. 수능까지만 참자. 퇴근시간이 빨라지지는 않겠지만 훨씬 여유로워지겠지. 다만, 아직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단언할 수는 없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이슈가 생길지도 모른다. 마치 방과 후 수업만 없으면 정시퇴근이 가능할 거라고 찰떡같이 믿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