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주고 서서 받습니다
몇 군데 학교에서 시간강사와 전일제 강사로 며칠씩 근무를 해 보고 나니,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학교마다 달랐는데, 어떤 곳은 근무가 채 끝나기도 전에 계약서상의 수당을 입금해 주기도 했다. 그런데, 길게는 1개월 이상 지난 후에 주는 곳도 있었다. 대단히 큰 금액도 아니었고, 그 돈이 당장 없다고 해서 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학교에서 떼먹을 돈도 아니었기에 잠자코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그렇지만 급식비를 떠올리니 괘씸했다. 먹지도 않은 급식비는 그렇게도 서둘러 받아 가면서, 내가 일을 한 대가로 받아야 할 돈은 세월아 네월아 하며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씁쓸했다.
원인은 학교의 예산 확보와 집행 절차 등이었는데, 조금 더 자세히 보니 학교 측의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었다. 다음 달에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예정이면 미리 예산을 신청해서 채용한 달에 정산을 끝낼 수 있다. 그런데 계약은 미리 해놓고 예산 신청은 근무가 끝난 후에 하니, 한 달 후에나 예산을 받아서 정산하게 되는 것이다.
갑자기 기간제 교사를 뽑게 된 거라면 백번 이해를 하지만, 몇 주 전부터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러 오라고 불러서 계약서도 썼으면서 정작 예산 신청은 미리 안 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분노했다. 이게 계약직의 비애구나.
마음 같아선, 나중에 지급할 돈에서 급식비 빼고 입금하시라 당당하게 요구하고 싶었으나, 급여 담당자와 급식비 담당자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거라고 나 자신을 스스로 이해시켰다. 그리고 조용히 자리로 와 계좌이체를 하거나 스쿨뱅킹의 잔고를 확인했다. 다음번엔 급식 다 먹고, 먹은 만큼 이체하겠다고 한번 흥정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