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 2
의대에만 원서를 여러 장 썼다는 전교 1등 Y. 대놓고 쳐다보면 불편할까 봐 곁눈질로 한 번씩 쳐다본다.
의대 지망생이자 전교 1등이 시험 치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음대로 볼 수 있다니. 아무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아니다. 나도 한 때 의대를 꿈꿨는데. 쩝.
당연히 엎드리는 일은 없다.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시험시간은 백 퍼센트 활용한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다. 자기 문제에만 집중한다. 시험 감독 시, 교실을 둘러보다가 눈이 마주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전교 1등은 거의 고개를 들지 않는다.
책상 위에는 필통과 문제지만 있다. 손목시계는 차고 있다.
시험시작 30분 경과. 각 줄마다 한 명씩만 남았다. 대표라도 정한 것처럼. 잠은 죽어서 원 없이 잘 수 있다는데. 어제도, 지난주 수업시간에도 자던데.
S의 코 고는 소리가 살짝 거슬린다. 어디까지 모른 체 해야 되나. 숨소리가 거친 건지 코를 고는 건지 살짝 애매하다. 민원이 들어오면 즉시 깨울 텐데. 다들 자느라 모르나 보다.
문제에 집중하던 학생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코 고는 S를 흘깃 쳐다본다.
'시끄럽지?'
입모양으로 묻자 똑같이 입모양으로 답한다.
'조금요'
명분이 생겼다. 코 고는 S의 어깨를 살짝 터치했다. 움찔하더니, 자세를 고쳐 다시 잠든다. 제발 코 골지 말고 자라.
전교 1등의 발 밑에 컴싸가 떨어져 있다. 주워줄까 말까. 다른 학생들도 주워줬으니 이번에도 주워주자. 조용히 다가가 컴싸를 책상 한 구석에 올려뒀다. 와, 문제 푸는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다. 마치 내가 안 보이는 것처럼.
대부분의 학생은 떨어진 필기구를 주워줄 때 두 손을 내밀어 받거나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아니면 그 순간을 계기로 자세를 고쳐 잡는다. 인기척을 느끼고 그에 대한 각자의 반응을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Y는 달랐다. 아무나 의대를 지원하는 건 아닌가 보다. Y의 집중력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며칠 전 모 의대 1차 합격 소식을 전하며 밝게 웃던 Y. 더 밝은 Y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