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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옴 Sep 19. 2023

20대 과외 선생님의 목표

 대학교 2학년인 현재까지 21개월 정도 꾸준히 과외를 한 덕분에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많은 아이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15분 이상 집중 못하는 아이, 좋은 머리를 믿고 노력하지 않는 아이,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 겉핥기식으로 공부하는 아이, 거짓말을 일삼아 공부를 회피하는 아이, 학원에서 심하게 놀림당해 공부가 두려워진 아이. 이외에도 각기 다른 난관에 봉착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나는 이런 학생들 모두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믿지만, 그것이 아이들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경우, 성적이 올랐을 때 성취감 뒤에 반드시 불안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개인을 위한 공부법을 연구함과 동시에, 공부를 통해 ‘자유롭고 떳떳한 삶’에 이를 수 있도록 가르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력도, 사회에 대한 경험도 내세울 만큼 많지가 않은 한 20대이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선생님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쉼 없이 고민했던 것 같다. 지금 담당하는 교과의 각종 전문 교재와 문제집부터 교육학 전공 서적까지 살피고 정리하며 말이다. 그 과정에서 인생 영화 중 하나로 꼽는 <The Help>라는 작품을 통해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The Help>  에이블린(왼쪽)과 스키터(오른쪽)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

 

<The Help>는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흑인 가정부와 백인 집주인 간의 갈등이 소재가 되는 소설 원작의 영화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주인공인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이 자신이 일하던 백인 가정집을 나오며, 이런 나레이션이 흘러나온다.    

God says we need to love our enemies. It hard to do, but it can start by telling the truth. No one had ever asked me what it feel like to be me. Once I told the truth about that, I felt free.  

   

나레이션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해 언급한 ‘enemies(원수)’는 흑인에 대한 차별을 일삼았던 백인 사회를 가리키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한 개인이 스스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기보단, 자책하고 미워하는 선택을 통해 스스로를 등지는 일이 다분하니 말이다.     


영화에서는 나를 사랑하는 행위가 진실을 마주하며 시작됨을 전한다. 에이블린이 1960년대 흑인 가정부들에 대한 처우를 직시한 것처럼, 현대의 학생들에게는 학업 체계에서 자신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자신의 현 위치를 직시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에이블린이 진실에 발을 딛는 데 도움을 준 인물로 스키터라는 백인 여성이 등장하는데, 나는 오늘날 그녀의 역할을 과외 선생님으로서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이 단계를 거쳐야 학생들은 불안과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자유 속에서 내린 선택과 노력에 대해 떳떳할 수 있다. 



자유롭고 떳떳한 삶의 길에 도달하여, 그간의 과정이 진실을 향한 용기와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깨닫는다면, 나에게는 더없이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이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을 앞으로 브런치스토리에서 써나가려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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